▲ 2019년 올해의 인물

2019년 노사정·전문가 100명이 뽑은 올해의 인물은 고인이 된 비정규 청년노동자 김용균이다. 매일 또 다른 김용균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김용균이 목숨을 잃은 2018년 한 해 동안 10만2천305명의 김용균이 일터에서 다쳤다. 2천142명의 김용균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2019년 올해의 인물 김용균은 그렇게 일하다 죽고 다친 10만4천447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만들어 달라”
고 김용균 노동자와 어머니 김미숙씨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이들이 올해의 인물로 고 김용균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와 그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꼽았다. 43명이 이들을 지목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는 29명, 김미숙씨는 14명이 선택했다. 두 사람을 함께 적은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 4위였던 고 김용균 노동자가 1위로 올라선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끔찍한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겠다.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고인의 죽음 원인이 “발전소쪽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업무를 노동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는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내년 1월16일 시행된다. 두루뭉술하고 허술한 규정 탓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높다.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람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김미숙 이사장의 호소는 해가 저물어도 이어지고 있다.

‘엇갈린 행보’ 양대 노총 위원장 2위와 3위

양대 노총 위원장은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만 해도 한자리에 서는 일이 많았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28표)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24표)은 올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결정적 계기는 민주노총이 1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한국노총이 2월에 한국경총·고용노동부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에 합의한 것이다. 서로를 향해 “야합”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주장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연말에는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에 1노총 지위를 내주면서 희비가 갈렸다. 민주노총은 “1노총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에 노정관계 새로운 틀을 주문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한국노총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노동계 한 축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대표성이 의심된다면 한국 사회에 사회적 대화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퇴하는 노동정책 순위 추락한 문재인 정부

4위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차지했다. 20표를 받았다. 지난해 취임식에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던 이 장관은 1년여 만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처지가 됐다. 내년 1월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되는데, 이를 최장 1년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유예했기 때문이다. 경영상 사유를 인가연장근로 요건에 집어넣어 무제한 연장근로를 허용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18표)이 5위에 올랐다. 그가 이끌던 1기 경사노위는 사실상 실패했다. 문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2기 경사노위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 2기 경사노위는 1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대화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을까.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개선, 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수두룩한 과제 앞에 선 문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집권 첫해인 2017년 올해의 인물 1위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순위는 해가 갈수록 후퇴하는 노동정책처럼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2위였다가 올해는 6위로 내려앉았다.

자회사로 내몰린 비정규직의 상징 톨게이트 노동자
혁신 아닌 ‘불법노동 아이콘’ 된 이재웅 타다 대표


7위는 톨게이트 노동자들(9표)이다. 올해 여름 대법원에서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추운 겨울까지 싸우고 있다. 하반기를 달군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은 ‘자회사’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민낯을 드러냈다.

올해의 인물 중 의외의 인물은 8위 이재웅 타다 대표(6표)다. 렌터카 기반 호출형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는 공유경제 혁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불법적인 노동착취 혁신모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타다는 근로자파견이 금지된 여객운송업에서 불법파견 드라이버들을 지휘·감독한 혐의로 노동부와 검찰의 추궁을 받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시장에 대한 고삐를 정부가 어떻게 죌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밖에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노동회의소 설립을 위해 뛰고 있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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