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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전문가 100명 설문조사]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미완의 과제’만 쌓인다
▲ 정기훈 기자

노동이슈 열쇳말을 살펴보면 정부 노동정책 현주소를 짐작할 수 있다. 2019년에는 어떤 열쇳말이 회자됐을까.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탄력근로제·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최저임금·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고 김용균 1주기를 선택했다. 열쇳말에 뒤따른 설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걸었던 기대와 동떨어져 있었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2019 10대 노동뉴스’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발생한 주요 노동사건 53개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10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의 인물은 설문 참여자들이 직접 작성했다.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 “줬다 뺏고 또 뺏고”

올해 10위권에 선정된 노동뉴스를 보면 큰 줄기가 드러난다.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노조할 권리를 둘러싼 노동정책 후퇴 흐름이다. 10개 문항 중 5개 문항이 이에 해당한다.

10대 노동뉴스 1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탄력근로제 확대 타결에 계층별대표 3명 반발 … 2기 경사노위 출범에도 힘 빠진 사회적 대화”가 차지했다. 44표를 받았다. 길고 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갈등으로 점철된 사건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로 촉발된 노정갈등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인 사회적 대화와 경사노위 마비를 불러왔다. 10월에 2기 경사노위가 출범했지만 사회적 대화에 힘이 빠진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5위를 차지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일방추진에 내년 최저임금 2.87% 인상 그쳐 …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 전원 사퇴”(36표)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KO승을 의미한다. 2.87%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까지 확대해 놓고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2%대 인상에 그쳤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또다시 열패감을 떠안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지나도록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못했다(6위·32표).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전교조는 법외노조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공동 17위·19표).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구했다.

공동 7위에 오른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상한제 사실상 유예 … 이재갑 장관 고발당해”(30표)는 10대 노동뉴스 1위와 연결되는 사건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막히자 정부가 꺼내 든 카드다. 이런 사건을 관통하는 게 “임기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노동존중 사회 후퇴’ 비판 직면”(공동 7위·30표)이다.

▲ 과로사OUT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2일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플랫폼 노동·톨게이트 투쟁·노조파괴 실형 ‘각축’

10대 노동뉴스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나타난다. 1위조차 44표에 그쳤다. 어느 하나 압도적인 게 없다. 항목별로 엇비슷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1위에 오른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은 78표를 받았다. 올해는 공동 7위(30표)를 차지한 항목이 4개나 된다. 그만큼 이슈가 다양했다는 방증이다.

42명이 선택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2위)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급변하는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공동 11위(28표)인 “카풀 반대 택시노동자 잇단 분신, 택시·카풀업계 대타협”과 같은 순위인 “택배기사·대리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도 같은 맥락이다. 법·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위를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자회사 고용 강행 노사 충돌 … 대법원, 직접고용 판결”(41표)은 공동 21위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삐걱’ … 공공기관 41% 자회사 전환, 민간위탁 3단계 손 놓은 정부”(13표)와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를 묻고 있다.

보수정권 시절 노골적으로 노조파괴를 자행한 책임자들은 철퇴를 맞았다.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책임자 실형 선고가 4위(38표)를 기록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자문을 받은 사용자와 자문을 한 창조컨설팅 책임자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공동 45위·3표)도 관심을 모은다. 공동 13위인 한국노총의 삼성전자노조 조직화(24표)와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시효가 끝났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1년이 흘렀어도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는 현실이 공동 7위(30표)였다. 내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7월부터 이어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 수출규제 보복과 ‘노 재팬’ 불매운동(30표)은 공동 7위를 차지했다.

뒤늦은 발표로 설문조사에 반영되지 못한 노동뉴스도 있다. 지난해 기준 노조 조직률이 11.8%를 기록하고 민주노총이 1노총 지위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올해의 인물 1위는 고 김용균 노동자와 김미숙 어머니

올해의 인물 1위는 고 김용균 노동자(29표)였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14표)씨와 묶어 43표로 집계했다. 1주기가 되도록 위험의 외주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제2의 김용균이 없도록 하겠다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노력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28표)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24표)이 나란히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4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20표), 5위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18표)이 뒤를 이었다. 2017년 1위를 기록하고 지난해 2위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위(15표)로 밀려났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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