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정일권)가 드라이브 걸고 있는 ‘경영정상화’ 구상이 난관에 부딪친 모양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복지 축소에 이어 임금삭감 등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한 노사가 정작 중요한 내부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반납, 납득할 만한 근거 내놓아야”

최근 인건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2차 자구안’을 마련한 회사는 지난 24일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1인당 연간 1천800만원 상당의 임금 반납을 요구하면서도 “회사나 노조나 납득할 만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 제 조직도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쌍용차 5개 현장조직들은 26일 ‘현장 제 조직 입장문’을 내고 “절차와 과정 모두 위법하다”며 동의서 폐기를 촉구했다.

쌍용차와 쌍용차노조는 올 들어 경영실적이 악화하자 마힌드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하반기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차 자구안이 나온 배경도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쌍용차 임직원들이 먼저 의지를 보여야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노사는 인건비 축소를 골자로 한 자구안을 마련해 마힌드라에 알렸다. 마힌드라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지원을 전제로 2천30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까지가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와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린 내용이다. 23일부터 진행된 조합원 대상 공청회에서 정일권 위원장은 “마힌드라가 2천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힌드라 2천300억원 투자 약속 지켜질까

현장 조직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마힌드라의 ‘2천300억원 직접 투자’의 진위 여부다. 산업은행 투자를 전제로 한 조건부 투자 약속이라면, 한국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믿어 달라는 정 위원장의 말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며 “(마힌드라와의) 대화록도 없고, 합의서도 없다”고 비판했다. 1인당 연간 1천800만원 상당의 ‘현금’(임금)을 내놓고, ‘부도어음’(투자 약속)을 받았다는 우려다.

현장조직들은 “이렇게 반납하면 월별 영업이익 적자 폭은 얼마나 상쇄하고, 월별 유동성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며 “윽박질러서 받으려는 동의서가 급한 게 아니라 정말로 위기에 공감하고 흔쾌히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주문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청회에서 비슷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정일권 위원장은 “대주주가 약속을 했고 빠른 시간 내에 확인될 문제”라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때 가서 비판해도 늦지 않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 반납? 임금 삭감? 말 바꾼 쌍용차

당초 ‘임금 반납’이라는 설명과 달리 회사가 ‘임금 삭감’으로 적시된 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임금 반납’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노동자가 되돌려주는 것이어서 개별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임금 삭감은 일정 시점 이후부터 종전보다 임금을 낮춰 받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근로조건 변경에 해당한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지난 19일 쌍용차가 낸 보도자료에는 노사가 임금 반납에 합의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회사가 24일부터 받고 있는 동의서에는 ‘반납’이 아닌 ‘삭감’으로 변경돼 있다.

현장조직들은 “당초 임금 반납이라고 설명하더니 갑자기 임금 삭감으로 바뀐 것도 이상하고, 임금 삭감을 한다면서 조합원 총회 대신 개별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며 “절차와 과정 모두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금 반납인지 아니면 삭감인지를 묻는 질문에 노조측은 “27일 이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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