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말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원장이 오전 회진을 끝내고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간병노동자와 경비노동자 임금 1억원을 체불한 상태였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장정문(53) 근로감독관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원장 자택 인근에서 잠복한 끝에 원장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원장이 아들 통장계좌에 은닉한 자금을 발견해 체불임금을 청산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고령의 경비노동자는 안산지청에 ‘고용노동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자필편지를 보내 장 감독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장정문 감독관은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체불하고 환자까지 방치한 채 잠적한 병원장을 끝까지 추적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장 감독관을 포함해 노동자 권익보호와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한 올해의 근로감독관 15명을 발표했다. 장 감독관처럼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을 적극 해결하고 사용자들을 엄벌한 감독관이 적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조작해 연장근로수당을 떼먹은 사용자를 적발한 감독관들도 표창을 받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양지현 감독관은 일부 유통업체가 노동시간을 실제보다 축소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고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광주지방노동청의 박진오 감독관은 지역 대학병원의 공짜노동을 확인하고 시정하도록 했다.

중부지방노동청에서 일하는 박용훈 감독관은 기획감독을 통해 한 기업이 비정규 노동자 1천936명에게 26억원의 금품을 차별처우한 사실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또 다른 기업의 불법파견 사실을 적발해 하청노동자 13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권기섭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내년에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근로감독행정 개선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전국 근로감독관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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