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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못 나가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해고를 통보받은 한 기간제 노동자가 “복사용지나 일회용 종이컵이 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는 말이다. 오래 일했고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통과되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고 일회용처럼 폐기처분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을 회사 공동체의 일부로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지 않다. 특히 비정규직은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긴다. 그러나 노동자는 부품이나 일회용품이 아니기에, 해고를 당하면 분노한다.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계약해지를 빙자한 해고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지만 스스로를 인간으로 여기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싸울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12월 말로 7개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물량이 감소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대제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도급업체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 585명에게도 해고예고통지서가 도착했다. 한국지엠은 12월23일부터 바뀐 교대제로 일을 시키겠다고 하며 일부 정규직들을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에 배치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12월 말까지 휴가조치가 내려졌지만, 비정규 노동자들은 그날 출근해 투쟁했다. 한국지엠에 항의해 공장 문을 밀고 들어간 비정규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기계 앞에 섰다. “이대로는 못 나간다”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에는 사람을 함부로 폐기처분할 수 없다는 인간선언이 담겨 있다.

대법원은 2013년과 2016년 두 번에 걸쳐 한국지엠이 불법파견을 했으니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이행을 계속 거부했다. 2018년 5월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하청업체 노동자 전원이 불법파견이니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국지엠은 이 명령도 무시했다. 한국지엠은 노동자 585명을 해고하면서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일 뿐이며, “도급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시정명령은 안중에도 없다. 정부가 기업들의 불법파견에 관대한 처분을 해 왔기 때문이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두려움이 없는 기업이 무슨 일인들 못 저지르겠는가.

법적으로 잘못된 해고라 문제인 것이 아니라, 대량해고 자체가 문제다. 글로벌지엠의 위기 상황에서 한국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8천100억원을 지원했다. 정부와 한국지엠이 맺은 합의서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일자리가 유지되는 조건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거액을 지원했다면, 지금처럼 한국지엠이 대량해고를 하는 사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설마 정부도 이에 대해 ‘도급계약 해지일 뿐, 대량해고는 아니다’는 따위의 말장난을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노동자가 정규직이든 사내하청이든, 아니면 정규직이 돼야 할 불법파견 노동자든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는 함부로 버려질 존재가 아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기업들은 ‘고용유연화’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말은 기업이 원할 때 노동자를 쓰고 필요 없을 때 버린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노동자를 일회용품이나 기계 부품으로 취급하는 말이다.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삶을 유지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에 기여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윤을 얻고 유지된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노동자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해고로 기업의 이윤은 점차 쌓이지만 해고된 노동자의 삶은 파탄이 난다. 노동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대량해고를 제도적으로 용인해 온 정부가 공범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해고에 너무 속수무책이었다. 비정규직들은 억울하지만 그냥 쫓겨났다. 도급계약이 해지된 것일 뿐이라고 하니, 계약기간이 만료된 것이라고 하니 그에 대해 항변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 된다. 노동자를 마음대로 쓰고 버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대로는 못 나가”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한국지엠 비정규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법적으로도 부당하기 때문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법적인 정당함의 경계조차도 넘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을 무너뜨리려는 이들에게 저항하고 인간됨을 선언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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