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지난달 한 게임업체 외주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물이 페미니즘 논란으로 교체된 것과 관련해 여성노동단체가 사상검증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게임업체 넥슨이 여성 성우를 페미니즘 논란으로 교체한 뒤 지금까지도 게임업계 사상검증 관행이 여전하다”며 게임업계에 사상검증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게임업체 ㅌ사의 외주 일러스트 작가 A씨는 3년 전 트위터에 넥슨 성우 김자연씨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은 뒤 퇴출됐다. 김자연씨는 2016년 소셜미디어에 메갈리아(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퇴출당했다. 지난달 17일 ㅌ사는 공식 카페에 글을 올려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먼저 찾고, 그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섭외했는데, 미처 신중하지 못하게 선정이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외주 검수팀을 신설해 사전 검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확인 후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을 시 해당 일러스트를 전면 교체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게임업계에서 사상검증을 당해 피해를 본 작가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난해 11월1일 게임업계 사상검증 피해 당사자 6명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신고했고, 진흥원은 올해 2월 해당 게임업체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을 이유로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안을 발송했지만 집행력이 동반되지 않아 실효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작업자에 대해 사상검증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블랙리스트를 운용해 사상검증을 하고 그를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고 작업물 게시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노동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대표적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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