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게임업체 넥슨이 여성 성우를 페미니즘 논란으로 교체한 뒤 지금까지도 게임업계 사상검증 관행이 여전하다”며 게임업계에 사상검증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게임업체 ㅌ사의 외주 일러스트 작가 A씨는 3년 전 트위터에 넥슨 성우 김자연씨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은 뒤 퇴출됐다. 김자연씨는 2016년 소셜미디어에 메갈리아(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퇴출당했다. 지난달 17일 ㅌ사는 공식 카페에 글을 올려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먼저 찾고, 그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섭외했는데, 미처 신중하지 못하게 선정이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외주 검수팀을 신설해 사전 검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확인 후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을 시 해당 일러스트를 전면 교체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게임업계에서 사상검증을 당해 피해를 본 작가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난해 11월1일 게임업계 사상검증 피해 당사자 6명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신고했고, 진흥원은 올해 2월 해당 게임업체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을 이유로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안을 발송했지만 집행력이 동반되지 않아 실효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작업자에 대해 사상검증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블랙리스트를 운용해 사상검증을 하고 그를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고 작업물 게시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노동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대표적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