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금융노조 코스콤지부(위원장 박효일)가 첫 파업을 앞두고 있다. 지부가 요구한 포괄임금제 폐지를 회사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콤은 한때 불법파견으로 시끄러웠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2007년 노조를 결성해 475일간 파업을 했다. 이후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도 파업에 함께한다. 지부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코스콤 본사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0일 오후 천막농성장에서 박효일(44·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기술직 이중 차별, 연장근로수당 절반 못 받아”=지부는 이달 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17일 조정회의가 열렸다.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그었다. 노사는 조정기간을 연장했다.

“근로자위원 중 한 분이 넥슨·네이버의 포괄임금제 문제를 푸셨던 분이었어요. 코스콤 문제에 많은 공감을 해 주셨죠. 사용자위원·공익위원 대다수가 지부 주장이 옳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코스콤 노사는 2006년 임금총액 2% 인상에 합의하면서 그 액수만큼 시간외 고정급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코스콤 직군은 일반·기술·기능으로 구분돼 있다. 기술직 시간외 고정급은 월 10만원이다. 실제 연장근로 시간에 따라 주어지는 시간당 임금은 올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8천원가량이다. 기술직 한 달 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72시간이다. 코스콤은 전산상으로 직원들의 초과노동 시간을 정확히 측정한다. 기술직 평균 연장근로수당은 80만원 정도다.

박효일 위원장은 “포괄임금제 탓에 기술직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연장근로수당을 절반밖에 못 받고 있다”며 “일반직과 기능직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임금체불을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술직 조합원은 13명으로 전체 조합원(467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과거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다.

“입사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에 익숙해진 분들입니다. 회사가 이런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중 차별을 가하는 게 가슴 아픕니다.”

◇“지난해 실적 두 배 웃돌았는데 사실상 임금삭감”=지부는 임금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부와 코스콤은 지난달 교섭을 시작했다. 30차례 이상 교섭을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부는 올해 8월 금융노조에 가입했다. 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체결한 산별협약에 따라 임금 2.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코스콤측은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0.8% 인상을 주장한다. 코스콤은 지난해 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올해 수익이 지난해 두 배를 훌쩍 넘는 200억원 수준입니다. 호봉승급으로 가만히 있어도 자연히 오르는 임금이 1%대인데요. 이를 포함해 0.8%라뇨. 임금인상이 아니라 삭감입니다.”

박효일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정지석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했다. 노사는 동수로 ‘인사개혁 TFT’를 꾸려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TFT가 운영됐다. “시간외 고정급을 기본급으로 산입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회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직원들의 여론이 높아지자 노동자 참여 없이 자체 TF를 또 한 번 꾸려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사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는 23일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전원 참석 바랍니다.”

기능직 직원 50여명은 사무금융노조 코스콤지부에 속해 있다. 중앙노동위는 24일 또 한 번 조정회의를 한다.

“직원들의 분노가 매우 큽니다. 2차 조정회의에서 회사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파업할 겁니다. 정규직 최초 파업입니다. 사무금융노조 코스콤지부와 사이가 아주 좋은데요. 함께 파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반드시 포괄임금제를 없애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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