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을 찾아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방문서비스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은 어떤 모습의 소비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낯선 집에 홀로 들어가 일을 한다. 소비자에게 감금·폭행을 당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일도 있었다. 폭언·폭행·성희롱을 겪고도 업무를 끝내려 현장을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증언은 그 자체로 살 떨리는 공포영화다. 요양보호사와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이승훈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웅진코웨이지부 조합원

“다 해도 근로자만은 안 돼”

웅진코웨이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 못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웅진코웨이에 입사하려면 면접을 두 번 본 뒤에 한 달 동안 합숙하면서 교육받고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이 현장을 갈 수 있다. 현장에서 충분한 경험이 쌓였다 싶으면 고객에게 방문해 제품을 설치하고 수리도 한다. 그 뒤로도 교육을 계속 받고 1년에 4회 정도는 필기·실기 등 시험을 본다. 매일 지표, 한 달 지표, 분기별 지표, 1년 지표를 관리받고 그에 대한 평가도 받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가 근로자가 아닙니까” 하면 “너희는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근로자는 하면 안 돼”라고 말한다. 당연히 4대 보험이 안 된다. 산업재해·감정노동 이런 얘기는 전부 정규직 직원들을 위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위험한 줄도 모르고 일하는 노동자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공기청정기 안에는 먼지가 가득 있다. 그걸 아무 보호장비 없이 수리한다. 공기청정기를 점검·수리하는 긴 시간 동안 제품에서 흩어지는 미세먼지를 마시지만 그게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모른다. 정수기 설치는 천장 같은 곳에 정수기 물선을 깔기 위해 A형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일을 하기도 한다. 텍스를 뜯다 보면 몸에 하얀 가루가 묻는데 그게 너무 따갑고 아프다. 고통스럽고 물로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고객 집에서 싱크대 타공을 하면 이상하고 매캐한 냄새가 나고 가루도 나온다. 그걸 일하는 노동자는 그냥 마시는데 그 냄새나 가루가 얼마나 유해한 건지 모른다. 회사에서는 관련 교육을 하지 않는다. 교육을 하나 받기는 한다. 그렇게 생긴 먼지나 지저분한 쓰레기들은 “고객 댁에 폐가 되면 안 되니 치워라”는 교육이다.

최근 3개월 사이에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8월29일 포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식당에 정수기를 설치하러 갔다. 식당이다 보니 음식을 하고 있었는데 펄펄 끓는 기름을 뒤집어썼다. 2도에서 3도 화상을 입고 포항 병원에 갔는데 치료가 안 돼 대구 화상전문병원에 가서 수술을 두 차례 받고 아직 입원 중에 있다.

10월25일 울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수기를 설치하려고 높이 4미터에서 5미터 정도 되는 천장 작업에 A형 사다리를 펼치고 일하다가 떨어졌다. 손·어깨 골절상을 입고 뇌출혈 증상도 있어서 의식이 없다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누가 병원에 오면 “어? 내가 그거 설치하다 왔는데….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기에 산업재해 처리를 해 주지 않는다.

비일비재한 협박과 성희롱

감정노동 이야기다. 고객의 욕설은 그냥 참아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조금 힘이 센 분이 협박하고 성희롱도 하는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전화번호가 노출돼 쉬어야 하는 밤과 휴일에도 전화가 온다. 급한 전화인가 싶어 전화를 받는데, 문제해결을 못한 걸 걱정하며 끙끙거리다 밤에 잠도 못 잔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회사를 지켜야 하고 가족을 지켜야 하는 엄청난 책임감으로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꾹꾹 참았는데 지금은 노동조합이 생겨 이런 얘기들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바람은 앞서 얘기한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보건교육을 받고 혹시 사고가 나면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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