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4일 일하지 않고 보내던 토요일이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 요즘에, 주 109시간을 일한다면 어떨까요. 최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런 무한노동이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겠다고 밝혀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시작하는 MBC 저녁뉴스를 보게 됐다. 올해 9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사태로 수도권 방역업체에 주 52시간에 57시간을 더한 주 109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줬던 노동부가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시행을 앞두고서,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그 시행 대책으로 발표했다. 이재갑 장관은 “갑작스런 기계 고장이나 업무량 대폭 증가가 발생하고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국가경쟁령 강화(에 필요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뉴스는 이를 “주 52시간을 못 지킬 사정들이 생기면, 안 지켜도 된다는 얘기입니다”라고 해설해 보도했다. 편안하던 내 주말이 졸지에 심란해졌다. “시행규칙을 장관이 변경해 사실상 무한노동을 허용하는 것은 주 52시간제를 정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고 근로조건을 법률로 정하라 했던 헌법 32조도 무시하는 위법”이라며 장관을 고발하고, 행정소송과 헌법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양대 노총의 방침을 전하는 것으로 보도는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나는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어제 오후 오늘 이 칼럼을 무엇으로 끄적거릴까 하고 노동부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 이 뉴스 보도에 대한 노동부의 해명 및 설명자료를 봤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는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53조4항)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50~299명 기업에 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보완입법 불발에 따라 불가피하게 시행한 잠정적 보완조치”라며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 인가사유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장관의 월권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었다.

2. 현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한 법정근로시간을 당사자 합의로 1주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에 더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더 연장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53조), 고용노동부령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를 그 특별한 사정, 즉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사유로 정하고 있다(9조2항). 이 특별연장근로제를 50~299명 사업(장)에 주 52시간제 시행 대책으로 노동부가 발표한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기존 인가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아니라 주 52시간제법상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가 포함되는 대책 발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부의 발표를 보면 “인명의 보호 및 안전의 확보” “시설·설비의 갑작스런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의 발생”의 수습,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하고 이를 처리하지 않을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 초래,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을 인가사유로 추가하고 있다(주 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계획(2019. 12. 11. 고용노동부. 3면). “원청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따른 촉박한 납기”나 “대량 리콜사태” 등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로 이어지고, 이를 처리하지 않을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를 초래하는 사유가 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폭넓게 사용자의 경영사정을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로 인정해 주고자 하는 시행규칙 개정임을 알 수 있다. MBC가 보도한 바와 같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 같은 국가재난이 아니어도 가능해질 상황인 것이다. 이번 대책은 그 제목처럼 주 52시간제 시행대책인 것이니,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하게 되는 경우가 그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예상됐다. 노동부는 위와 같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등을 인가사유에 포함시킴으로써 그 대책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그동안 노동부가 중심이 돼 추진한 주 52시간제법 시행에 대한 대책을 보면, 그 법 시행 자체를 유예하거나 그 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입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입법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것이니, 법이고 명령이고 가려 할 것이 아니라고 여겼는지 몰라도 법이 정한 주 52시간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개정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 건강보호 등을 위해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서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은 고용노동부령인 시행규칙에 의해 짓밟하게 됐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로 “인가 시 △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운영 △근로일 종료 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특별연장근로시간 만큼 연속휴식시간 부여 등의 조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적극 지도”하고 “근로자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여 의사 소견에 따라 적절히 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적극 지도’ 혹은 ‘조치’하겠는 것일 뿐 시행규칙에 이를 포함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주 109시간, 무제한 노동의 길을 터 주는 특별연장근로라고 비판한 MBC 보도에 대한 노동부 해명은 자신의 시행규칙 개정안만 읽어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확대함으로써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대책이라고 읽게 된다.

3.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시간단축, 즉 주 52시간제 입법 문제에 관해서는 이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썼다. 한마디로 노동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 52시간제 입법이었다. 단지 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으면 그만인 것을 두고서 이 나라 노동자들을 위해 대단한 노동시간단축인 양 추진해 입법했다. 1주일은 일요일 등 휴일을 포함해서 7일이라고 근로기준법 2조에 규정한 것이었는데, 이걸 입법하면서 그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라고 해서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서 그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명시적으로 빼앗아 버렸다. 오직 노동부만이 1주일은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6일, 혹은 5일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니 그 행정해석만 이 세상 누구나 아는 대로 바로잡으면 되는 것을, 입법으로 노동자의 노동시간 및 임금권리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정부 입법, 즉 주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졸지에 그 개정 전에는 이 나라에서는, 1주일은 일요일 등 휴일이 제외돼 6일이나 5일이 되고, 노동부 행정해석처럼 1주 68시간제가 돼 버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노동제, 68시간제가 어처구니없게 입법을 통해 공인된 지경이니 나는 쓰고 또 써도 안타깝고, 그 입법을 비판하고 다시 비판하게 된다.

4.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50조·110조). 이 근로시간 제한은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고서 근로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강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체결하는 근로계약에서 정하는 근로시간을 이렇게 제한하는 법인 것이다(근로기준법 4조 등 참조). 강제 노동시간 규제는 오늘 이 나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은 이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 53조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50조의 근로시간을 1주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근로계약·단체협약 등 당사자 간 합의가 있기만 하면 이러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 대한민국은 엉터리로 해석해 집행해 왔다. 사전에 정하는 소정근로시간을 두고서 이렇게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사전에 소정근로로 정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사유로 인해 하게 되는 연장근로만으로 53조를 해석해 집행해야 했음에도 노동부 등 권력은 노동제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에 동조하는 학설과 판결을 통해 노동자를 위한 노동제는 근로기준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또다시 쓰면서도 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노동제를 말한다는 것이 혼자 벽을 보고 떠들어 대는 것처럼 절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비판하는 것이 이와 같은 이 나라의 노동제에 관한 몰이해법을 전제로 떠들어 대는 것으로 여기지 않을까 조심스럽다는 것이 절망스럽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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