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인기 있는 코미디언 이름 앞에 요즘 사람들은 ‘대세’ ‘뼈그맨’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식어가 있다면 아마 ‘국민’쯤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이러한 수식어를 뛰어넘어 ‘황제’로 불린 사람이 있었다. 전무후무한 호칭의 주인공은 고 이주일(본명 정주일)씨다. <수지큐> 노래에 맞춰 “콩나물 팍팍 무쳤냐”는 특유의 발음과 몸짓은 아이 소풍과 어른들 술자리 단골 개인기였다.

이주일씨는 자신의 코미디 인생 중 딱 한 번 다른 길을 걸었는데, 바로 정치였다.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다음 선거에 불출마하며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여기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하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가 국회를 떠난 뒤에도 국회의 코미디는 계속 이어졌다. 그 가운데 최근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대세’로 떠오르는 코미디 정치인이 있으니 바로 자유한국당 민경욱씨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브리핑에서 “난리 났다”며 웃던 모습부터 최근 대통령 모친상에 대한 구설까지 각종 비하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민경욱씨는 며칠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0시간 일할 자유를 줘야 한다”고 써 주목을 받았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에 반대한다며 밝힌 이 말을 접하고 ‘픽’ 웃음이 났다. 역시 코미디는 시대를 초월하고 상상력을 뛰어넘어야 한다, 고 생각하던 순간! 이분은 한 걸음 앞서 나가 사람을 깔깔 웃게 만든다.

‘100시간 노동’이 입길에 오르자 다시 본인의 SNS에 “일주일에 100시간을 어떻게 일하냐는 멍청이들이 있네.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1만시간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라는 말을 던진 것이다.

슬쩍 눙치는 기술에 이어 정색하는 테크닉도 선사한다.

“남보다 더 일해서 남보다 더 많이 벌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럴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부 특정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다수의 자유를 규제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좌파가 나의 이 말에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놀랍지도 않다.”

상대방이 아무리 웃어도 자신은 정색하고 말해야 코미디 고수다. 정색하는 그 표정과 말이 더 재밌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민씨의 기량은 절정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

코미디를 다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다. 그럼에도 민씨의 우려처럼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은 ‘규제’가 아니라 ‘보호’ 조항이다.

더 많이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오직 노동력만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은 노동시간을 정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건강’은 권리가 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일할 ‘자유’만큼 쉴 수 있는 ‘권리’와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경욱씨에게 건의한다. 이제 코미디는 코미디언에게 돌려주자. 2013년 <개그콘서트>에서 한 개그맨은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한 수많은 정책들을 잘 지키길 바라.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 코미디는 하지 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라고 했다가 방통위에서 행정지도를 받았다.

대한민국 코미디언들, 정말 웃기다 죽을 정도로 일하고 싶어 한다. 당신의 재능이 아깝긴 하지만 이제 그만 웃겨 주시길 바란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전업을 하시라. 자질은 차고 넘친다.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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