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충청북도교육청 현관 한구석에서 노숙농성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충북 영동군 교육청이 적폐세력과 한통속이 돼 16년간 폐교를 대부해서 잘 사용해 온 전태일 노동대학 마음수련원을 쫓아내려 하고 있어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전태일 노동대학은 2000년 12월 개교했다. 2003년 마음수련 및 오프라인 교육장을 물색하다가 이 지역을 선정하고 영동교육지원청을 찾아가 사용되지 않는 폐교가 있으면 대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동교육지원청에서는 매곡면 공수리에 위치한 옛 천덕초등학교를 추천했다. 현지를 방문해 보니 학교는 가구공장으로 사용되다가 부도가 난 후 버려져 있었다. 운동장은 배수가 되지 않아 늪이 돼 있었다. 작업장으로 사용한 본관 건물은 현관 큰 유리창과 교실 유리도 깨져 있었으며, 교실 출입문도 망가져 있었다. 교실은 목재 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본관 옆 건물은 자재창고로 사용했던 곳인데, 마루는 내려앉고 유리창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학교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도로 확장을 하면서 화장실 건물을 철거한 까닭이다. 이처럼 학생이 없어 폐교됐을 뿐 아니라 시설도 사용할 수 없게 폐허가 돼 있었다. 이런 사용 불가능한 시설을 추천하면서 화장실을 짓고 건물을 손질해서 사용해 보라고 권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곳은 백두대간에 위치한 황학산을 건너다보는 곳으로 경관이 좋았다. 대학 교육장이 위치하기에 적합했다.

그해 연말 그 폐교시설 대부를 신청하고 수의계약으로 대부를 받았다. 그 후 반년 동안 사용가능하게끔 시설을 완전히 개조했다. 우선 화장실 건물을 신축해 기부채납을 했다. 본관 건물만이 개보수 후 사용이 가능했는데, 리모델링 수준의 개보수를 했다. 교실 바닥 양탄자를 걷어 내고 붙어 있는 본드를 일일이 손으로 떼어 냈다. 벽과 천장과 교실바닥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깨진 창유리를 갈았다. 건물 외벽도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주변 배수로를 정비했다. 구미지역 노동자들이 많은 수고를 했다. 그런 다음 교실 일부를 숙식할 수 있는 방과 식당으로 꾸몄다. 성한 유리창이 없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자재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의 유리창을 모두 새로 끼웠다. 운동장 배수관을 묻고 50트럭분의 마사토를 얹어 배수가 되게 했고, 경관과 관리를 위해 잔디를 심었다. 시설은 환골탈태했다. 이렇게 공을 들인 것은 노동대학이 당연히 계속 사용할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영동교육지원청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단돈 1원도 보태지 않았다.

이런 수고를 거쳐 2004년 세계노동절인 5월1일 이곳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마음수련원으로 개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폐교를 교육시설로 정성 들여 가꿨다. 주민들과의 관계도 좋았으며, 어떠한 갈등도 없었다. 어버이날 마을잔치를 열기도 했고, 장년층을 위한 컴퓨터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영동교육지원청 담당자는 모범적으로 폐교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래서 2008년 수의계약을 연장했다. 노동대학이 기부채납을 했고, 시설을 잘 사용하고 있으며, 주민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으므로 당연한 조치였다.

사정은 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변했다. 2013년 재계약을 앞두고 전태일 노동대학을 내쫓으려는 공작이 개시됐다. 벌목업을 하는 자본가 고 김아무개씨와 막걸리공장 자본가 장아무개씨가 합작해 페이퍼 영농법인을 만든 다음 교육청에 대부를 신청했다. 대표 김씨는 지역주민들이 폐교를 영농법인과 함께 막걸리를 비롯한 농산물판매장으로 공동사용하기로 했다고 군수를 속여 군수가 교육청에 협조공문을 보내게 했다. 그러자 영동교육지원청은 군수 협조공문을 근거로 노동대학에게 나가라고 했다. 이런 관민담합 축출공작은 노동대학이 그곳을 떠나기로 했으며 마을 이장들이 전원 합의했다는 주장이 거짓임이 폭로돼 무산됐다.

2016년에도 축출공작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공수2리 이장 박아무개씨가 전태일 노동대학이 불온삐라를 풍선에 매달아 살포해 주민들을 붉게 물들이려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며 전태일 노동대학과 재계약하지 말고 자기와 계약해야 한다고 영동교육지원청에 생떼를 썼다. 노동대학은 집회를 열어 박씨의 거짓 빨갱이 음해를 규탄했고, 정보경찰 입회하에 박씨가 자신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런데 2019년 전 마을 이장 박씨가 다시 똑같은 빨갱이 음해를 하며 자기가 그 폐교시설을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이번에는 과거 써먹다가 버려진 유령 영농법인 대표자를 자신으로 바꾼 다음 그 유령 영농법인 대표자 자격으로 서류를 제출해서 축출공작을 정교화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영동교육지원청이 2013년 이후 계속해서 이들 수구세력을 비호하고 있는 점이다. 영동교육지원청은 전태일 노동대학이 불온삐라를 살포했다고 거짓음해를 한 박씨에 대해 과거 행적은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아주 잘못된 행정인데, 박씨는 현재도 거짓음해를 계속하고 있다. 유령 영농법인 문제에 대해서도 법원 등기부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내용상 페이퍼 영농법인이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2013년부터 이어져 온 유령 영농법인으로 사무실도 없고, 간판도 없고, 사업장조차 없는데도 서류상 요건을 갖췄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행정을 정의롭고 공정한 행정이라고 강변한다. 영동교육지원청은 이렇게 불의한 세력과 한통속이 돼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용·남용하고 있다. 수구 박근혜 정권하에 개시된 불의가 촛불정부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적폐청산을 표방했지만 적폐는 촛불혁명 이전과 다름없이 활개치고 있다. 전태일 노동대학은 불의한 수구 적폐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적폐청산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런 각오로 지금 이곳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