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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성 난청 산재 판정의 문제점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18년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사건 중 2천312건이 확정됐는데, 그중 취하·조정 등을 제외하고 공단이 패소한 사건은 344건(패소율 14.3%)이다. 이 중 업무상질병 사건 패소율은 11.8%이지만 소음성 난청 사건은 패소율이 무려 51.4%로 높다. 169건 중 72건이 확정됐고, 37건에서 공단이 패소한 것이다. 재판 중 조정으로 소송을 취하한 14건을 포함할 경우 51건에서 사실상 패소해 패소율이 무려 71%에 육박한다. 단일 질병 중에 이렇게 패소율이 높은 사안은 산재보험 역사상 거의 보기 어렵다.

소음성 난청 사건에서 공단의 위법한 행정이 문제됐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상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하지 않게 됐을 때”를 공단은 일률적으로 85데시벨(dB) 이하 장소(부서)로 해석해 불승인했다. 이후에도 치유시기 해석과 관련해서 공단 지침은 대법원 확정판결(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두7374 판결)을 통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됐다. 공단은 또한 노동자들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을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만을 근거로 소멸시효가 지났다면서 산재 불승인을 남발했다. 대법원은 이 또한 권리남용의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18. 1. 11. 선고 2017두63184 판결).

최근 공단의 높은 패소율은 사실상 노인성 난청이 복합된 사건에서 불승인 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작업시 소음에 노출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연령이 높다는 이유로, 작업 중단 시점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사실 공단은 노인성 난청이 혼재된 사건에서 일률적으로 불승인 행정처분을 하는 문제를 알고 있었다. 공단 산재보상국이 주최한 ‘2017년도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개선을 위한 전문가회의’에서 이미 지적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수년간 불승인 처분을 지속했다.

지속된 소송 패소와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2017년 8월23일)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공단은 ‘소음성난청 등 장해급여청구서 처리시 유의사항 전파’(올해 4월16일) 공문을 통해 60세 미만 또는 퇴직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진단될 경우에는 업무관련성을 인정했다. 다만 만 60세 이상이거나 퇴직일 이후 10년 이후 진단될 경우 만 60세 기준으로 1년에 1dB씩 청력이 손실되는 것으로 계산해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그러나 변경된 공단 지침은 여전히 문제가 있으며, 법원 판결에도 반한다. 첫째 법원은 다수 사례에서 소음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한 경우 노인성 난청이 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판시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8구단72959 등 다수). 또한 소음 노출이 장기간일 경우에는 일반적인 연령 수준보다 빠르게 손상된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시행령 기준인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사실이 인정될 경우 또는 직업병유소견자로 진단된 경우(D1)에는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만 60세 기준으로 1년에 1dB씩 청력이 손실되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법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는 난청의 정도, 소음노출 기간, 소음강도 등을 종합해서 자연 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청력손실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서울행정법원 2018구단54807 판결 등). 셋째 공단은 85dB 이하의 소음에 노출된 경우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행령은 산재의 예시적 기준일 뿐이라는 법률 해석의 일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85dB 이하에서도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인 사실에도 반한다. 수차례 법원은 “작업장 소음측정치가 85dB 이하가 되면 난청이 유발되지 않는다거나 이미 발생한 난청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12. 1. 12. 선고 2011누6792 판결).

치료방법이 없어 더욱 괴로운 난청 사건에서 공단은 위법한 행정을 지속해 왔다. 공단의 사실상 직무유기 행위가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한다”(산재보험법 1조)는 산재보험의 목적에 맞는지, 공단 스스로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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