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 창립 8주년을 맞아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무금융권 비정규직 현황발표 및 대안모색 토론회. <정기훈 기자>
“정규직은 내부 인트라넷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이용할 수도 없고 아이디도 주지 않아요. 내부 인트라넷에 들어가면 상시업무로 정규직 전환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단하는 것 아닐까요?”(공공금융기관 장애인 사무보조 30대 여성 비정규직)

사무금융권 비정규 노동자 3명 중 2명이 사업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명 중 7명이 평소에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사무금융노조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사무금융권 비정규직 현황발표 및 대안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3개월 단위 고용계약 … 69.8% "고용 불안해요"

노조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올해 7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한 ‘제2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조 산하 96개 조직 중 32곳에서 보내온 자료와 비정규 노동자 285명, 노조간부 87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비정규 노동자의 69.8%가 “평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보면 카드 포함 여수신(82.0%) 종사자의 고용불안이 가장 컸다. 일반 사무(75.0%)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23.2%는 “갑작스런 사업장·고용주 변경 또는 서류상 입·퇴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금에 대한 불만도 컸다. “업무량과 비교해 급여 수준은 적당하다”는 질문에 73.7%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66.7%는 “처우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대다수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유형별 비정규직 2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이 이뤄졌다. 이 중 15명의 기본급이 한 달 최저임금인 175만원과 같거나 적었다.

노조 관계자는 “공공금융기관에 사무보조로 고용된 30대 여성 비정규직은 3개월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며 일하고 있었다”며 “캐피털사 계약직으로 일하는 30대 남성 비정규 노동자는 내년 1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을 염원하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낮은 현실에 좌절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60.0%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간 확대정책”에 대해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72.3%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비정규직이 느끼는 차별은 사내 인트라넷 접속·사무실 비품 같은 자원 활용 차별과 상여금을 비롯한 금전적 차별, 기회 차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며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정규직과의 차별철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3개 항목 모두 응답자 대다수가 ‘시급히 해야 한다’고 답한 것을 보면 이들이 정규직화 정책을 얼마나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2금융권 정규직 비율은 37.49%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비율(41.6%)과 유사하다.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토론자들은 원청과 노조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홍춘기 대전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올해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범위를 파견·용역 노동자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비정규직 문제 개선과 해결을 위해 노조가 역할찾기에 나서야 한다”며 “원청은 용역직원 갑질을 근절하고 과도한 실적 위주보다 이직률·용역직원 만족도 조사를 통한 새로운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혁 노조 정책부장은 "심층면접에 응해 준 비정규 노동자 24명 중 대다수가 정규직으로 노동을 한 적이 없다"며 "비정규직으로 삶을 시작했으면 비정규직인 채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 노조가 결성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데 조직된 노동자 증가와 이들 안에서의 인식격차 확대, 이 과정에서 산별노조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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