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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하역노동 현장을 가다] 수출의존 한국경제 떠받치는 '바다의 실핏줄' 항운노동자"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하고 항만자동화로 일거리 줄어 걱정"
▲ 정기훈 기자

항만이 달라지고 있다. 108년간 이어졌던 항운노조의 인력공급 독점권이 2007년 '항만노무공급체계 개편'으로 사라진 지 10여년이 지났다. 항만하역 시스템 자동화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스마트항만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역노동자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인천항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찾은 인천시 항동에 위치한 인천 내항은 분주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데도 3부두 게이트는 출입서류를 작성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인천항은 갑문 안쪽의 내항과 바깥의 외항으로 구분된다. 외항이 주로 컨테이너선이 드나드는 신식 부두라면 내항은 조선시대 제물포에서 시작한 오랜 역사를 가진 부두다.

"예전에 경기가 좋았을 때는 공장에서 막 나온 자동차들이 수출 배를 타려고 끝없이 줄을 섰는데…."

오광민 인천항운노조 쟁의홍보부 부장이 말끝을 흐렸다. 인천 내항은 이제 양곡 수입과 중고차 수출을 빼면 일거리가 거의 없다. 내항에 8개 부두가 있는데, 1부두와 8부두에는 더 이상 배가 들어오지 않는다.

4부두 앞에 멈춰 선 오광민 부장이 "요즘에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라며 줄지어 늘어선 한국지엠 자동차를 가리켰다. 햇빛이 반사돼 번쩍번쩍 빛이 났다. 차량 전면 유리창에는 브라질·멕시코·캐나다 같은 국가명과 제품명·바코드가 찍힌 종이가 부착돼 있었다. 한국지엠은 유럽사업 철수를 이유로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4부두에 있던 KD(수출용 반제품조립) 센터는 지난해 말 폐쇄했다.

한국지엠 침체로 텅빈 야적장, 수출 중고차가 채워

인천항의 주요 수출품목은 중고차다. 국내 수출물량의 90%인 연간 25만대가 이곳에서 세계 각지로 떠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야적장 대부분을 중고차가 차지하고 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굴삭기나 지게차 같은 중장비와 버스 행렬도 눈에 띈다.

이날은 파나마 선적인 카이 진호(4천300대)를 비롯해 리비아로 가는 레이크 타우포호와 씨 힐라인스호에 각 4천대씩 1만2천대가 넘는 중고차가 수출 길에 올랐다. 자동차 선적방식은 컨테이너 크레인 장비를 이용하는 LO-LO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배에 싣는 RO-RO 방식이 있다. 인천항은 RO-RO 방식을 쓴다.

"카캐리어로 인천항에 도착하면 수출국가별로 세워 놓는 것부터 하역노동자 일이 시작돼요." 김호빈 쟁의홍보부 차장의 설명이다.

중고차 선적작업에는 8개반 항운노동자 112명이 투입됐다. 하역작업은 10~20명으로 구성한 작업반별로 이뤄진다. 야적장에서 배 안까지 차량을 몰고 가는 드라이버, 차량 좌우 10센티미터 전후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정밀하게 주차하는 키카(키커), 차량이 정확하게 출발하고 주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신호수, 선적한 차량을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하게 고박하는 홀드(홀더)가 있다. 이들의 손발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작업속도를 좌우한다. 보통 한 시간에 50~80대를 선적한다. "포맨"이라고 부르는 물류회사 감독관이 전체 작업을 지휘한다.

불규칙한 근무일 … 항운노동자는 친구가 없다?

항운노동자들은 교대근무(1일2교대)를 한다. 그런데 일하는 날짜가 매우 불규칙하다. 업무량이 고정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인천항운노조는 전체 조합원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일한다. 조합원의 균등한 취업기회와 동일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유지한 방식이다.

주간근무는 오전 8시부터, 야간근무는 오후 7시부터 시작해 하루 8시간씩 일한다. 지난해 개정된 근로기준법(59조2항)에 따라 특례업종 사용자는 같은해 9월부터 노동자에게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해서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인천항에서 20여년째 일하고 있다는 임진서씨는 "항운노동자들은 친구가 없다"고 털어놨다. 정해진 휴무일이 따로 없어 그렇단다. 보통 오후 4시쯤 근무표가 나오는데 당일 야간근무자와 다음날 주간근무자가 누구인지 그때 알게 된다.

항운노동자들은 늘 야외에서 일한다.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매서운 한겨울에도, 폭우가 쏟아지거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돼도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다. 배의 입·출항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에 영향이 없는 한 하역업무는 중단되지 않는다.

▲ 정기훈 기자

상용화로 달라진 고용·임금체계

2007년 항만노무공급체계 개편으로 인천항운노조도 인력공급 독점권을 내놓고 상용화의 길을 걸었다. 부두운영회사가 작업을 할 때마다 노조에 인력을 요청해 공급받는 구조가 깨진 것이다. 상용화는 항운노동자가 부두운영회사에 들어가 정규직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항운노동자 임금체계는 세 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상용화 이전에는 톤당 단가에 따른 임금을 받았다. 업무량에 따라 임금이 들쭉날쭉했다. 지금은 월급제가 보편적이다. 월 소정근로일 24일에 따른 고정급과 수당을 받는다. 노조 조합원이 아니면 일당제(일용직)가 적용된다.

임진서씨는 "예전에는 많이 일하고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요즘은 물동량이 줄어 일하는 날이 한 달에 24일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임금은 보장받는다"고 말했다.

2007년에 이어 지난해 인천항에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물동량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인천항 10개 물류회사가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인천내항부두운영주식회사를 만들었다. 부두별로 시설 전용운영권을 가진 회사들은 물동량 감소 직격탄을 맞고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들 회사가 문을 닫으면 부두운영에 차질을 빚는다. 특히 항운노동자 대량실직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정부가 나서 법인 통합을 유도했다.

스마트항만의 빛과 그림자
산재 줄었지만 일자리도 줄어


항만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하역작업부터 트럭에 컨테이너를 싣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과정을 무인·자동화하는 것을 '스마트항만'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항만은 사람이 하던 위험한 업무를 기계화·자동화해 산업재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06년까지 인천항운노조 사무실 아래층에는 외과병원이 있었다. 일하다 다친 항운노동자들이 치료를 받던 곳이다. 그만큼 산재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산재사고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줄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4개 항만에서 10명이 숨지고 6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부산항만공사 5명·인천항만공사 4명·울산항만공사 1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매번 다루는 화물이나 일하는 선적이 다르고, 중량물을 취급하는 위험한 업무여서 사고 위험은 따라다니지만 과거에 비하면 일하는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외상보다는 소음성 난청 같은 직업병 문제로 산재예방사업의 초점이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문제는 항만의 기계화·자동화로 일감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상용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후 지난해 처음으로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실시됐다.

지난달 정부는 "2030년까지 완전무인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고, 항만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처리시간을 현재보다 40% 줄이는 스마트항만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항운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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