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6일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수여하는 한국노동문화대상 노동정책·복지 분야에 고 노회찬 의원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부터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을 맡게 됐는데, 내가 대신 수상하는 기쁨을 얻게 됐다. 노동학술 분야에서는 노회찬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시는 조돈문 교수님이 수상하게 됐으니, 재단으로는 경사가 겹친 날이다.

노회찬 의원을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생전에 고인의 활동은 노동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 칼럼의 지면인 매일노동뉴스도 노회찬 의원이 창간한 신문이다.

신문 발행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도 매일노동뉴스가 지속적으로 발행됨으로써 많은 노동조합과 노동정책 생산자들이 활동의 영감을 얻거나 노동현장의 실상을 이해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광주민중항쟁 이후 학생운동 출신으로 노동현장에 들어간 첫 세대다.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노동현장에 투신한 활동가들이 많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말 그대로 개척하는 심정으로 활동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보일러 회사에 입사했고, 부천을 거쳐 인천 만석동의 현대철구에서 일을 했다. 인민노련으로 흔히 알려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은 1984년부터 핵심이 형성되기 시작해 87년 6월 항쟁이 한창이던 6월26일 창립했다.

인민노련은 정치적 대중조직 개념으로 형성된 조직이다. 노동운동 조직이 비공개에서 공개 조직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회운동은 대중운동으로 전개돼야 하며, 권력 변화도 민주주의 경쟁 방식을 통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진보정당·노동자정당 건설도 노동운동이 보편적 운동이 돼야 한다는 인식 속에 가능하게 됐다. 노동운동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이해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운동 중심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은 그의 일관된 신념이었다.

국회의원으로서 노회찬 의원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았다. 국회 영결식이 있던 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청소 복장을 그대로 입은 채 도열해서 운구차를 맞이했던 것은 평소에 청소노동자들의 처우에 쏟은 관심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고인은 매년 3월 여성의 날이 되면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했다. 구로구에서 출발해 강남구 대치동까지 가는 6411번 버스 새벽 4시 첫차를 타는 노동자들의 삶을 호명되지 않는 투명인간이라 하고, 진보정당은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정당이라 이야기해 유명해진 연설은 진보정치의 존재이유를 밝힌 것이었다.

노회찬재단이 해야 할 역할 역시 생전 고인의 신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회찬재단에 바라는 역할은 다양하다. 추모사업 외에도 진보적인 정치 리더십을 배우는 정치학교, 진보적인 정치 싱크탱크, 다양한 사회운동 영역을 이어 주는 플랫폼 등 재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 모든 역할과 기대도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는 큰 구상에 포함된다. 진보의 핵심가치는 평등이다. 그리고 평등한 나라의 실현은 역시 노동에서 시작한다.

노동문화대상 선정은 재단 역할에 대한 기대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의 대중정당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된다고 했다. 재단은 그 뜻에 따라 투명 노동자, 쉽게 호명되지 않는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노동운동이 그의 평생 신념의 밑바탕이었기에 재단을 통해 제2, 제3의 노회찬을 만들자는 구상은 진보의 가치, 노동의 가치를 내면화한 리더십을 가지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재단은 현재 6411번 버스 노선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벽 첫차를 타는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돌봄노동자들을 다섯 영역으로 나눠 노동권 실현을 위한 방안 마련도 준비 중이다. 매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뜻을 기려, 3월8일 여성의 날을 장미를 선물하는 로즈데이로 만드는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장미꽃 한 송이에 담긴 소중한 정성과 아울러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보자는 생각이다. 아울러 연대성에 바탕을 둔 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노동문화대상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후원한다. 그만큼 뜻깊은 상이다. 노동문화대상에 걸맞은 재단의 위상과 활동을 위해 고인이 살아온 자리에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가는 새해를 기약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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