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노동없는 미래> 저자인 팀 던럽 박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신기술과 빅데이터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편리하고 혁신적인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혜택을 극소수가 점유하고 다수가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는 이들도 많다. <노동없는 미래> 저자인 호주 철학자 팀 던롭 박사도 저숙련과 고숙련 일자리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저소득 노동자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일자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던롭 박사가 기조연설을 했다.

“기술변화 따른 일자리 혁신은 노동시간단축부터”

이날 던롭 박사는 ‘노동, 부, 그리고 괜찮은 삶 : 테크놀로지가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일의 미래를 말할 때 기술이 인간을 완벽히 대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예 대체하지 않는다거나 남아 있는 일자리가 임금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자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그 여파는 불균형”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고숙련 일자리와 저숙련 일자리로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저소득 직업이 많아진다면 좋은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일자리 자체보다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일자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빅데이터가 착취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던롭 박사는 “신기술은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 노동에 대한 데이터를 추출한다”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우리를 감시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던롭 박사는 “현재 데이터는 공공재가 아닌 민간이 운영한다”며 “1차 산업혁명 당시 소작농이 토지에서 쫓겨나 도시에서 노동을 착취당했듯 현재 데이터 역시 그렇게 운영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기술변화로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부의 창출과 일자리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던롭 박사는 “기술활용에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혁신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임금저하 없는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더 나은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소수의 기업이 활용하게 더 이상 놓아둬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데이터를 공공화해야 국부로 연결되고 사람들에게도 배당금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변화 속 일의 다양한 문제와 데이터 소유 문제를 좌시하면 소수만 부를 향유한다”며 “결국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 창립총회

이날 오후에는 ‘보편적 사회보호와 권리 보장’ 주제의 세션1과 ‘괜찮은 임금과 평등한 노동시장’을 주제의 세션2가 차례로 열렸다. 세션1은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사회로 알리네 카르도주 브라질 상파울루 경제개발노동부 장관, 요한나 루카스콜피 핀란드 탐페레 부시장,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 제인 테일러 영국 브리스톨 고용기술교육총괄실장이 각 도시에서 진행하는 좋은 일자리 대응과제를 발표했다.

세션2에서는 권혜원 동덕여대 교수(경영학) 사회로 리사 살라자르 미국 LA 인적자원개발국장, 앤디 포스터 뉴질랜드 웰링턴 시장, 마르탱 베르나르 캐나다 퀘벡주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참사관, 린 콜린스 영국 리버풀 고용·전략관계고문이 각 도시에서 수행하는 공정한 임금·노동시장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개막식에는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대신 환영사를 했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은 4일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 창립총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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