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제정남 기자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수야당은 관련 예산 전액 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한다. 예산심의와 관련법 제정도 반대하고 있다.

실업부조 도입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사항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차원의 실업부조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 개선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실업부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국회에서 실업부조 논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실업부조 논의 불씨 살리자"
국민취업지원제도 개선방안 모색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민변 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첫 발제에 나선 은민수 고려대 공공정책학부 초빙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구직활동 지원제도"로 규정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통합해 해당 제도를 설계했다.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구직자에게 구직촉진수당을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원한다. 3년의 재참여 제한기간을 뒀다. 36개월 중 6개월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은민수 교수는 "재참여 제한기간이 3년이나 돼 소득중단 우려가 크고 지원을 받으려면 최근 2년 동안 6개월 이상의 취업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계속 취업으로 밀어 넣겠다는 얘기인데, 공간(노동시장)이 부족한 곳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 누군가는 튀어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잦은 취업과 잦은 실업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불리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 의무가입을 하도록 법제화하고,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아닌 제대로 된 실업부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직촉진수당·구직서비스·근로장려금·자녀장려세제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은 교수는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구직자와 저소득 근로자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제도를 통합해 운용하면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상자들을 연계해 관리·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채완 변호사(민변 노동위)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수급권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고 봤다. 그는 두 번째 발제에서 "수급요건으로 연령과 취업경험을 규정했기 때문에 고령자나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6개월에 월 50만원은 수급권자 최저생활 지원 성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변호사는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 비자발적인 노동을 해야 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취업을 한 경험이 있어야만 지원을 하도록 한 엄격한 참여의무는 비자발적 노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노동빈곤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취업성공패키지로 연계된 조건부 수급자가 노동할 수 없는 건강상태인데도 일을 하다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 정부가 무시하나"
"기재부에 막혀 정책 후퇴 아쉬워"


노동계는 정부가 경사노위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은 토론에서 "경사노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을 명시한 만큼 정부가 진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존중한다면 사회안전망 강화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급여수준과 기간을 보면 실업부조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홍춘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부 정책으로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다수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노동자는 물론 폐업 자영업자나 가족종사자들이 일정 기간 기본소득을 보장받는 보편적 지원 형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장중서 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 서기관은 "영세 자영업자나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취업경험을 증빙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안을 고민하겠다"며 "취업취약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해 보고자 제도 이름을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지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득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실업부조를 정부에서 처음 설계했을 때보다 후퇴했고 그 배경에는 예산을 만지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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