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인가연장근로(특별연장근로) 허용범위 확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장시간 노동 대명사인 IT업계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 52시간 상한제의 근본취지를 위협하는 보완대책과 유연근로제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 중단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살인적인 장시간 중노동을 막기 위한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후 새벽까지 밝혔던 판교와 구로의 불빛도 꺼지기 시작했다”며 “IT 노동자들은 이제야 인간다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노동존중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의 이 작은 기쁨을 다시 빼앗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보완대책을 예고했다”며 “일시적 업무량 증가에 따른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경우 IT업계는 신제품 출시나 프로그램 업데이트 시기가 되면 크런치 모드를 합법적으로 시킬 수 있게 되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는 기간을 말한다.

최근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으로 특별연장근로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발표했다. 기존 자연재해와 재난 등에 한정했던 허용범위를 신상품 연구개발과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시설·장비 고장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한 게임업체 대표는 중국이 6개월 만에 개발할 게임을 우리는 (주 52시간 상한제 때문에) 1년이 걸린다고 말하며, 밤새 불 켜진 사무실을 광고소재로 사용했다”며 “노동자들은 96시간 연속근무에 응급실로 실려 가고, 과로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의원은 “정부는 IT업계가 모여 있는 판교와 구로의 새벽까지 꺼지지 않던 불빛을 다시 밝혀서는 안 된다”며 “주 52시간 상한제 근본취지를 위협하는 보완대책과 유연근로제 확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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