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국민 10명 중 8명은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을 고수하면서 예산낭비와 각종 비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관리로 세금 올라도 부담할 것"

민주노총은 2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미화 민간위탁 20년 동안 쓰레기와 함께 부정부패·비리·차별만 쌓였다”며 “직접고용 결단으로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 민간위탁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쓰레기 수거와 처리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정에 밀접한 업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87.3%가 “밀접한 업무”라고 답했다. “밀접한 업무가 아니다”는 의견은 8.5%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는 1998년부터 쓰레기 수거·처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지자체가 직접 수행했다. 현재 전체의 4분의 3 정도를 민간이 맡고 있다. 민간이 위탁운영하는 것을 “몰랐다”는 응답이 66.4%로 집계됐다. 폐기물관리법은 생활폐기물 관련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장에게 지우고 있다. “민간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응답자의 76.7%가 “단서조항을 삭제해 관할 지자체에서 직접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효율적인 운영방식을 묻자 72.4%가 “지자체 직접관리”라고 답했다. “민간업자 위탁운영”은 13.9%로 조사됐다. 57.7%가 “지자체 직접관리로 세금이나 처리비용이 일부 상승하게 되더라도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부담 의향이 없다”고 한 응답자는 30.7%였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공 분야 중 특히 쓰레기 관련 사업은 전체 국민의 생활에 밀접하다는 것이 이번 조사로 확인됐다”며 “지자체가 직접운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임금·고용불안에 공공서비스 질 저하"

민주노총은 민간위탁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불법·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 20여년간 김포시 생활폐기물 수거일을 하던 A사 대표와 이사는 2016년 1월 회삿돈 7억4천68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년간 휴업한 A사는 사명을 바꾸고 지난달 김포시가 낸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해 일을 따냈다. 경기도 남양주시 B사는 2013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가족 등을 허위 인력으로 등록해 인건비 5억원 상당을 횡령했다.

민간위탁으로 인한 폐단을 직접 겪고 있다는 현장 증언도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저임금 △예산 낭비 △공공서비스 질 저하를 문제로 꼽았다. 곽경준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화성소각장분회장은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운영비 산출 지침'에 따라 운영대행자 이윤은 인건비·경비 합계금액과 일반관리비를 더한 비용의 10% 이내로 책정하도록 돼 있다”며 “지자체가 직영하면 운영사에 지불하지 않아도 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부 고현민 판교환경에너지시설분회장은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단기에 초과이윤을 얻고자 노동자의 노무비와 복리후생비를 착복하게 된다”며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민간위탁 사업자가 선정되면 그동안 근속기간이나 기술등급 상승과는 상관없이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업장 노동자와 동일하게 노무비가 산정돼 저임금 구조에 갇혀 버린다”고 지적했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간위탁으로 생활폐기물·소각장 업무가 혈세 낭비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라는 것이 국민 여론으로 확인된 만큼 정부가 직영 전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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