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17 금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사건ㆍ사고
인천공항 노동자들 "일하러 왔다가 골병들었어요"청소미화 97%, 보안검색 82% 근골격계질환 호소 … 집단 산재신청 준비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7일 오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미화·보안검색 노동자 근골격계질환 해소를 위해 인력충원을 통한 근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올해 59세인 김명숙(가명)씨는 인천공항 청소노동자다. 하루 7시간30분씩 매주 6일을 인천공항에서 일한다. 화장실 청소는 고역이다. 소변기나 좌변기를 청소하려면 무릎을 굽힌 채 청소도구로 박박 문질러야 한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료가 담긴 1회 용기는 집게로 들어 올려 분리수거한다. 쓰레기통 하나만 비워도 손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김치통·고추장통 등 예상하지 못한 중량물 쓰레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청소도구함을 밀면서 이동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루 평균 1만~2만보를 걷는다. 1보에 60센티미터를 간다고 계산하면 10킬로미터가량을 걷는다는 얘기다. 어깨와 무릎 통증을 수년째 달고 사는 김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매일 30만명 찾는 공항 1천100명이 청소
"주 6일 근무로 쉬지 못하고 일해"


27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인천공항 청소미화·보안검색 노동자들이 겪는 근골격계질환 수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함께 조사한 결과 청소미화 노동자의 97.1%, 보안검색 노동자의 81.9%가 질환 자각증상과 통증 경험을 호소했다. 올해 5~8월 인천공항 노동자 1천97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자 중 환경미화 노동자는 511명, 보안검색 노동자는 746명이다.

청소미화 노동자는 3조2교대 근무를 한다. 주간에 7시간30분, 야간 7시간(무급 휴게시간 2시간 제외)씩 주 6일 일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천100여명이 인천공항 청소를 책임진다. 인천공항 하루 비행기 이용객만 20만명이다. 공항노동자·방문객을 포함하면 30만명을 웃돈다. 세종시 전체 인구(33만명)가 매일 들락거리고, 노동자들이 이들이 남긴 흔적을 매일 치운다는 말이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조건이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오순옥 지부 환경지회장은 "동료들에게 왜 아프냐고 물으면 어떤 작업을 했기 때문에, 어떤 구역을 돌고 나서 골병들었다고 술술 말한다"며 "우리는 작업의 어떤 자세가, 어떤 업무가 우리를 병들게 하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은 이번 조사에서 의학적 치료가 당장 필요한 대상자들을 별도로 분류했다. 청소노동자 511명 중 350명(68.5%)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미화 노동자 4명 산재신청
평균나이 32세 보안검색 2명 중 1명 "당장 치료해야"


보안경비 노동자의 노동환경도 나쁘기는 청소미화 노동자 못지않다. 이들은 1인1조 순찰업무를 한다. 올해 3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안전관리 중점기관인 인천공항에 2인1조 작업을 지시했다. 그러나 인력증원이 없는 탓에 1인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보안경비 노동자는 주간근무(8시간 근무) 때 2만~3만보, 야간근무(11시간 근무) 때 3만~4만보를 걷는다. 낮에는 25킬로미터 내외, 야간에는 30킬로미터 이상을 걷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순화 지부 보안검색지회 여성부장은 "설문조사 응답자 나이가 평균 32세로 젊은데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아픔을 호소했고, 2명 중 1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일터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은 족저근막염을 앓은 보안검색 노동자 2명의 산재신청을 승인했다.

지부는 "공항 노동자 근골격계질환을 개선하려면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인력충원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인력충원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이달 청소미화 노동자 4명은 산재를 신청했다. 평균나이 59세, 근속기간 9~10년으로 어깨 회전근개파열과 무릎 관절염을 앓는 이들이다. 지부는 승인 결과를 바탕으로 산재신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부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승객들도 안전한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청소미화 주 5일제 도입과 보안검색 2인1조 근무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정남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