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모든 피의자는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피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신문 단계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기를 희망했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어 법률 상담과 조언을 받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진정했다.

해당 경찰관은 “A씨가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구했지만 국선변호인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에서 선임해 주는 것이지 수사관이 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며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해서 동의를 받고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었던 A씨 상황은 무기대등 원칙이라는 근대 형사소송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을 일선 경찰관에게 묻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다만 인권위는 국회와 법무부에 피의자 단계에서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범위를 ‘체포된 모든 피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형사소송법과 법률구조법 개정안에 반영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형사소송법 33조(국선변호인)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미성년자·70세 이상·농아자·심신장애 의심자이거나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금고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인권위는 “체포로 인신구속된 상태에서 외부와의 소통이 사실상 단절된 채 강제수사를 받는 피의자 역시 무기대등 원칙상 방어권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기관의 범죄입증 유혹 같은 인권침해 우려가 크므로 체포로 인신구속된 상태의 피의자 역시 피고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이어 “미성년자·정신적 장애인·시청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서 권리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체포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적용해야 한다”며 “국선변호인제도 운영은 경찰·검찰 같은 수사·기소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제3의 기구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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