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우리 근로기준법은 상시 4명 이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명 이하 사업장에는 대표적으로 해고에 관한 규정(해고예고 제외), 휴업수당, 근로시간이나 연차휴가 등 근로시간과 휴식에 관한 규정(휴게·휴일 제외)은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도 그나마 휴게·휴일 규정이 적용되는 4명 이하 사업장에 관공서 공휴일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1954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상시 15명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에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1975년 처음으로 4명 이하 사업이나 사업장에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1989년 3월29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최초로 5명 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하고 4명 이하 사업장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그 적용기준을 직접 규정한 이래 여태 바뀌지 않고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상시 사용 근로자수 5명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해서 법의 전면 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즉 확대 적용한다면 사업주의 지급능력이 떨어져 범법자를 과다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근로감독 능력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19년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처음 대통령령으로 4명 이하 사업장에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지 30년이 넘었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고 판단을 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때와 비교해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수도 줄었고, 이를 감독할 근로감독관도 대폭 증원됐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진행한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를 보면, 4명 이하 사업장에서도 주 40시간 노동이 어느 정도 안착됐음을 알 수 있고, 사업주의 법 적용 부담 정도를 보더라도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 제한의 경우 “이미 적용하고 있다”와 “적용 가능하다”는 비율 합계가 64%로 가장 부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제한(61%), 가산수당 지급(53%)도 사업주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4명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 배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수에 따라 노동법을 배제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방안’에서 “노동자수를 기준으로 노동관계법 적용을 배제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정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30년간 아무 변화 없는 시행령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야말로 근로기준법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가? 최저의 근로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여전히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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