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21일 시행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산업재해 입증이 더욱 어려워지고 국민의 안전·생명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보공개청구로 적법하게 제공받았어도 ‘산업기술을 포함한 정보’를 유출하면 제재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재발하는 모양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안전과 생명을 외면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은 "산업기술보호법의 취지는 기술유출을 막아 산업기술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것이지 관련된 정보를 모두 비공개하라는 취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올림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삼성의 청부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대전고등법원이 백혈병 사망 노동자 유가족이 요청한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하자 상고를 포기했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며 공개를 반대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보고서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 반올림은 지난해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정보비공개결정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소송 제기 다음달에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했다. 국가 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12월에는 같은 당 장석춘 의원이 공개행위를 제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3월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불과 5개월 만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는 것은 대체 누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며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이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겠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경영상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의 취지"라며 "이제는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도 알릴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날 반올림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한 206명의 국회의원에게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알지 못한 채 찬성한 것이라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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