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 위원장이 보수야당 국회의원에게 압박을 받은 끝에 사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제별위 논의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과 독립성을 침해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이자 의원 “겸직하느라 공단 업무 소홀”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위원장 사임의사


경사노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간사단회의를 열고 위원장 직무대행 선임과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산업안전보건위 위원장인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사의를 밝혀 위원회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위원장 사임의사를 밝혔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박 이사장이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 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박 이사장이 경사노위 회의와 잦은 강의로 울산에 있는 본부를 비우면서 공단 이사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임이자 의원은 국감에 참석한 노동부 고위관계자에게 “산업안전보건위 위원장을 할 사람이 박두용 이사장밖에 없냐”고 따지기도 했다. 임 의원은 특히 출근·출장 상황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자료를 요청했다. 결국 박 이사장은 같은달 21일 종합국감이 열리기 전 경사노위에 사의를 전달했다.

2017년 12월 안전보건공단에 취임한 박 이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 위원장을 맡았다.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정부측이나 다름없는 공공기관장이 의제별위원장을 맡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임이자 의원 문제제기와 방향이 달랐다.

경사노위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박 이사장의 전문성에다, 노동부 산하기관장이 의제별위원장을 맡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위원장에 위촉했다. 노사정 각 주체의 동의까지 받았다.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2013년 9월부터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제도개선위원장을 수행하던 중 같은해 12월 고용정보원장에 임명됐다. 의제별위 활동이 끝날 때까지 겸직했다.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 폄하하나”

올해 12월16일까지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던 산업안전보건위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산업안전보건위는 △과로사방지법 도입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포함한 안전보건 감독행정체계 개선 △중소기업 안전보건 강화방안 △서비스종사자 안전보건 지원방안을 다루고 있다. 이 중 과로사방지법을 제외하고는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안전보건 감독행정체계 개선은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이다.

산업안전보건위 한 위원은 “임이자 의원 문제제기는 피감기관장에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논의 초기도 아니고 막바지 단계에서 의제별위원장을 그만두게 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겸직 문제는 위원회 초기에 이미 제기됐던 사안”이라며 “위원장 업무수행을 탈탈 털어 물고 늘어지면서 사임까지 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을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의제별위원장은 노사정이 합의해 위촉하는 것인데 사회적 대화기구를 존중해야 할 국회가 다른 논리로 제동을 거는 것은 온당치 못한 행위”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사회적 대화기구는 어떤 정치세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며 “박두용 이사장이 울산에 있기 싫어서 서울에 가기 위한 명분으로 의제별위원장을 맡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기구 의미와 위상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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