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임금을 위주로 인식됐다. 예컨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와 관련해 가산수당을 이야기하면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것으로 읽혔다. 그리고 이에 대해 “영세해서 줄 돈이 없다”고 반박했다. 먹고사는 데 있어 임금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명하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의 가산수당은 오로지 돈의 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일하는 사람의 서사를 시간 중심으로 풀어 본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차휴가와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5명 이상 사업장보다 더 많은 날 동안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다. 5명 이상 사업장에 보장하는 연장·휴일·야간근로 수당을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동시에 더 많이 일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그렇게 노동시간은 노동 외의 시간을 잠식하고,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쓸 수 있는 시간을 필연적으로 상실해 간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고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라고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과 노동이 결합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24시간이라는 총량에도 시간은 불평등하게 작동한다. 여기서 5명 미만 사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다르게 취급하는 근로기준법의 전제부터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5명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다르게 취급하는 전제를 제거하고 나서야 근로기준법은 비로소 시간의 평등을 논의해 갈 수 있는 출발선에 선다.

지난 토요일 청년유니온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미적용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캠페인과 플래시몹을 했다. 캠페인과 플래시몹의 기획은 조합원들과의 모임을 통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플래시몹 메인 문구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5명 미만에는 그렇지 않더라’였다. 법을 통해 만인에게 보장된 시간의 평등을 상상해 본다. 그것은 모든 사업장에서 동일한 근로시간을 적용해 동일한 노동 외의 시간을 보장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법이라면 적어도 모두에게 이 정도의 시간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현행 근로시간 규정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되는 노동 외 시간이 이미 존재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업장 규모로 일하는 사람의 시간에 차등을 두는 규정은 수정돼야 한다. 또 주 40시간 기준을 두고도 마치 주 52시간이 기본인 것처럼 움직여지는 사회에서 시간의 평등은 쉼을 규정하는 것이든 무엇이든 다른 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혹은 유연하게 사용하기 위해 애쓰는 흐름 안에서 시간의 평등을 외치는 것이 무색한 것도 같다. 그러나 노동은 결국 일하는 사람의 시간과 떼려야 뗄 수 없음을 지각할수록 시간의 평등을 더욱 고민하게 된다. 평등해야 하는 것은 기회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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