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주최로 14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해외 법·제도와 한국적 함의 토론회에서 권두섭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 함정에 빠지거나, 산업재해 위험에 처한다. 플랫폼기업은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해외 법·제도와 한국적 함의'를 주제로 2019 법률원 정기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서비스연맹 법률원이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려면 근로자로 추정하는 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완벽한 형태의 개인사업자(자영자)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노동권을 보장하자는 얘기다.

"개별소송으로 근로자성 인정, 한국 갈 길 멀어"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문위원)은 "노동법적 보호가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주어진다는 법·제도의 한계로 개별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다투는 소송을 자신의 비용으로 제기해야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플라이앤컴퍼니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던 배달노동자 다섯 명은 근로자로 인정됐다. 특수고용 형태의 플랫폼노동자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이 10여년 전 나온 대법원 판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달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은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요기요 플러스 배달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 △배달원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한 점 △회사가 오토바이 무상 대여 및 유류비 지원 △회사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 출퇴근을 보고한 점을 꼽았다. 이 같은 판단기준은 ICT 발달로 사용자 지휘·감독이 묵시적으로도 가능해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근로자 추정 법제 도입, 반증은 사업주가 해야"

윤애림 연구위원은 "근로자를 추정하는 법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근로자 추정에 대한) 반증은 사업주가 하도록 하는 구조로 바꿈으로써 입증책임과 소송에 따르는 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정의 법제를 사용하는 대표국가는 프랑스다. 양승엽 연세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프랑스는 노동법전 7편에서 직업언론인·외근판매원·대리점주 등을 근로자로 간주 또는 추정하고 원칙적으로 노동법전 적용을 받게 한다"며 "다만 근로자로서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노동법전) 부분은 특칙으로 수정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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