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동료들이 "대통령 약속 이행"을 정부에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 섰다. 발전소를 안전한 일터로 만들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추진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는 주문이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14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균 가족 앞에서 했던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와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난 자리에서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큰 계기가 되길 바라고, 그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대통령은 김용균 동지 부모님 앞에서 현장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김용균특별조사위원회가 발전산업 민영화 중단 등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동료 장금만씨는 "발전사 원청은 발암물질에 노출돼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특급마스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하청업체들은 2급 마스크가 남아 있다며 예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2인1조 근무 도입도 약속했지만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석탄취급설비 노동자 다수는 아직 혼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 노동자와 만납시다' 손피켓을 들었던 청년노동자 김용균을 생각한다"며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위험의 외주화 중단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새벽 발전소 일을 마치고 상경한 고인의 동료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김용균 분향소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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