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소위 ‘밑바닥 노동, 티슈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년 노동자다. 왜 이렇게 불리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20만2천명의 청소년 노동자(만 15세에서 19세 미만)가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청소년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미만 노동자 업무 중 사고 산업재해 건수가 949건으로 확인됐다. 2016년 1천50건, 2017년 1천26건으로 3년 동안 매년 1천여 명의 청소년 노동자가 일하다 다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청소년 노동자들은 안전보건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일하는 청소년과 관계된 부모나 교사·동료·사업주 혹은 일하다 다친 청소년을 만나는 의료인들은 어디서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 아마 포털사이트 검색에 의존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정도로 추측된다. 그것도 산재보상 실무에 관한 정도다. 거기서 나아가 사고예방을 위해 사업장에 어떤 안전보건조치를 청소년에 특화해 취해야 하는지는 애초에 필요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같은 실태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청소년 노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노무사·직업환경의학전문의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 연구팀을 구성했다. 연구팀은 일하는 청소년의 안전과 건강, 더 나아가 이들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청소년 노동에 특화된 정보 마련과 정보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이를 위해 해외 여러 나라 안전보건기관 플랫폼(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과 자료를 확인·분석해 유의미한 지점과 한국에서 필요한 과제를 도출했다.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정보의 집합소라 할 수 있는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안전보건자료실은 크게 업종별(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기타) 자료와 직업건강(질식·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직무스트레스 등) 자료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대상별로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을 검색했는데 결과는 ‘0’이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연구팀이 살펴본 캐나다·영국·미국·캘리포니아·유럽연합(EU)·핀란드의 경우 공통적으로 청소년 노동자 존재를 인식하고, 독립 홈페이지·게시판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제공하고 있다. 정보나 구체적 도움이 필요해 접속한 홈페이지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청소년 노동자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개인 부주의로 다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장비나 스트레스적인 조건으로 인해 일터에서 다친다는 것을 설명한다. 캐나다는 가장 먼저 일터 괴롭힘을 안내하고 있으며,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청소년 노동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계된 교사·사업주·부모·의료인별로 필요한 기본적 안내사항과 자료를 제공한다. 이는 일하는 청소년의 특징을 고려하면서도 대상별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청소년 노동자와 위험, 건강에 대해 의사소통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예를 들어 10대 환자와 만난 의료인에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일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유해위험요인(뜨거운 액체·중량물·화학 약품·젖거나 미끄러운 장소 여부 등)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노동시간·야간노동, 자신의 증상이 직업과 관련한 증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등 직업과 관련한 위험에 대해 다양한 질문 소스를 제공한다.

연구팀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알 권리 보장 요구에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마련한 청소년 간담회 자리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청소년 노동자는 학교 다닐 때 예식도우미 알바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섭씨 영하 8도의 날씨에도 유니폼을 입고 살구색 스타킹·하이힐을 신도록 강요당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이런 것들이 노동자 건강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에 노동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직·간접적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일하는 모든 사람에 청소년 노동자를 고려하고 있을까. ‘권리’로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선 배제와 차별이 없도록, 일하는 청소년의 현실과 조건, 그리고 필요한 정보 마련과 제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위험은 업종과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특정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직무와 관련한 위험이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고,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 노동자에게 필요한 노동안전보건 정보, 더 나아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 매체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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