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2일 아시아 사회적 대화 포럼을 서울에서 개최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달랐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첫 포럼에서 결정한 것은 나라마다 돌아가면서 2년마다 포럼을 개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2년 태국에서 포럼이 열린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돼 버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9월 국제노사정기구연합 총회에서 한국의 포럼 개최를 강하게 요청했다. 올해 들어 경사노위 본위원회 파행으로 사회적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사회적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나라로 인식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국가, 노조 인정받지 못하니 대화도 어려워”

윤영모 ILO 아태지역사무소 전문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아시아의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본조건’ 발제에서 아시아지역에서 사회적 대화가 어려운 조건을 설명했다. 그가 꼽은 것은 △낮은 노조 조직률 △사용자단체 부재 △좁은 단체협약 적용 범위 △사업장 위주 단체교섭이다. 한국 노사관계·사회적 대화 환경과 비슷하다.

윤 전문위원은 “아시아 국가 사회적 대화는 비용이 높고 출발점에서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의 인정을 받고, 첫 단체교섭을 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맺고, 가능하면 산별협약 같은 초기업협약을 맺어야 그 성과가 사회적 대화로 이어지는데, 출발선부터 장애물에 맞닥뜨리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새로 가입한 나라가 노조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사의 역할·대표성을 높이는 것과 비교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회적 대화와 아시아 국가의 사회적 대화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징 때문에 노조가 정치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중국·베트남처럼 한국의 노동운동은 정치적인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이가 있다”고 봤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는 노조설립조차 어려운 환경인 반면 한국의 노조와 노동운동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의 노조가 정치적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정부·사용자가 노조를 파트너 혹은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느냐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윤 전문위원은 “한국의 노조가 주체로 인정받는지, 아니면 혜택을 줘야 할 대상일 뿐인지 여부에서 유럽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포용적 코포라티즘 위해 노력해야”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본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합의가 아닌 협의중심 구조를 지향하고 취약계층 대표를 포괄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참가하는 주체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끝내 경사노위에 불참했다. 경사노위는 올해 2월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후폭풍으로 파행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틀을 논의했던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한때 철수하기도 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 발제에서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의 틀에서 배제됐던 주체들을 포용하는 것에 결국 실패했다”며 “포용적 코포라티즘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사노위 계층별위원회 설립 같은 미실행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강력한 외부의 정치적 주체와 거리를 두고 협의중심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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