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노동통계가 임금·노동시간·고용형태 같은 고용시장 분야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높다. 1987년 이후 30년 가까이 노사관계 관련 통계는 거의 발전하지 않아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든 탓이다. 대표적인 자료인 '노동조합 조직현황'마저도 통계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노동조합과 노동통계' 토론회를 열었다.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실장은 개선이 시급한 통계로 노조 조직현황 조사방법을 꼽았다. 노조조직률을 파악하는 자료로 쓰이는 이 조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우편으로 노조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응답률이 저조하다. 곽상신 실장은 "응답률이 낮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불신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라며 "조사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통계 정확성을 높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대표자 주민등록번호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노동부는 2012년 노조 정기현황 조사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규칙 별지 4호)를 개정해 노조 대표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 칸을 만들었다. 개인정보 보호권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다. 실제 공문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쓰더라도 앞자리 여섯 숫자만 요구한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조사표에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기재하도록 했다. 이런 조사표에 노조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게 곽 실장 설명이다.

게다가 정부는 단체협약 적용률 통계는 취급하지도 않는다. 외국에서는 단협 적용률 통계를 직접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조사는커녕 추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봐야 한다. 곽 실장은 "정부가 단협 적용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사관계 통계가 30년 동안 정체돼 있다는 비판이 높았다. 일본은 매년 7월 전체 노조를 대상으로 기초조사를 한다. 6개 부문 57개 질문으로 전수조사를 한다. 노조간부에 대한 사항이나 재정·노사관계 인식 등 노사관계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또 5년 주기로 단체교섭과 노동쟁의·단체협약·노사커뮤니케이션·노조활동·노조 실태 등 5개 분야를 조사한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노사관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노사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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