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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서비스노동자 실태 들여다봤더니] "폭행·성폭력 노출에 심한 감정노동으로 속앓이"10명 중 9명 '비난·고함·욕설' 경험 … "2인1조 근무 도입하고 작업중지권 부여해야"
▲ 민주노총 주최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문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노동자가 현장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5분 안으로 설명하라고요? 50분, 5시간을 줘도 다 말 못 해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문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방문(재가) 요양보호사 이건복씨가 증언대에 오르면서 한 말이다.

"성희롱 가해자 눈빛 못 잊어, 먹고살기 위해 태연한 척"

지방자치단체 요양서비스를 위탁운영하는 재가방문요양센터에서 일하는 방문 요양보호사들은 시급제로 임금을 받는다. 한 집에서 하루 서너 시간 일하면 월평균 급여가 60만원가량 된다. 요양등급을 받은 이용자 가정을 찾아가 일상생활·신체활동·인지활동을 지원한다. 이씨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를 남의 집에서 빨래하고 노인들 똥 기저귀 치우는 국가공인 파출부라고 한다"며 "청년들은 열정페이로 착취당하고, 우리는 골병페이를 받는다고 헛웃음을 짓는다"고 설명했다.

방문 서비스노동자는 고객 폭언과 성폭력을 비롯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씨는 "성희롱을 당해도 가족에게 말 못 하고, 되레 내가 뭘 잘못했는지 속앓이하고, 소문이 퍼져 다른 사람 입방아에 올라갈까 전전긍긍한다"며 "나를 바라보던 성희롱 가해자의 눈빛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몸서리치면서도, 먹고살기 위해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듯 가해자를 찾아가 일한다"고 토로했다.

김성우씨는 서울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한다. 조현병·조울증을 앓는 환자 집을 찾아가 일상생활을 상담한다. 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진 시민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10년 전 함께 일을 시작한 직원 중 남성은 김씨 혼자뿐이다. 지자체와 위탁계약을 한 업체에 속해 있는데,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나빠 장기근속자가 적다. 대부분 20~30대 여성이 센터 일을 한다.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가정방문을 해야 한다"며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집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을 당한 다음날에도 가해자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성희롱으로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하면 센터장이 '환자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며 가해자를 두둔하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가족보다 자주 찾아뵙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해서 큰 충격을 받아도 스스로 마음을 다독일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이나 통신을 설치·수리하는 현장 노동자는 전형적인 감정노동을 한다. 회사가 실적을 강요하는 데다, 고객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호나이스 설치노동자 최영배씨는 "기본급 200만원 중 90만원은 차량 유류비·관리비로 들어간다"며 "비데 하나를 렌털하면 수당 2만4천원, 정수기 하나에 최대 7만2천원 주는데 먹고살려면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고객에게 나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방문시간을 잡고, 수리·설치를 하면서도 고객 기분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문 서비스노동자 근골격계질환 호소
사고성재해·감염질환 경험도 다반사


방문 서비스노동자의 감정노동 실태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은 방문 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 기획단을 꾸려 9월11일부터 같은달 27일까지 감정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에 노동자 747명이 참여했다. 고객의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욕설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92.2%가 "이따금 있다"거나 "자주 있다" 혹은 "매우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혀 없다는 응답은 7.8%에 불과했다. 신체접촉이나 성희롱 경험자 비율은 35.1%나 됐다.

업무와 관련해 근골격계질환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5.7%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1년 새 사고성재해(62.7%)·감염질환(15.1%)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방문 서비스노동자 10명 중 8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는 얘기다.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사업주가 감정노동 종사자 안전보건을 온전하게 책임지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보호조치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2인1조로 일하도록 하고, 위험한 상황을 감지할 경우 스스로 업무를 중지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윤소하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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