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9. 10. 11. 선고 2015가합510653 근로에 관한 소송

1. 사건의 내용

피고 기아자동차는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로서 ‘자동차 부품생산 또는 일부 자동차 생산공정’에 관해 사내협력업체들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으며,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이다. 피고의 자동차 생산공정은 크게 ‘설계→개발→PILOT 생산(양산 전 시험차량 생산단계)→양산→출고’로 구분된다. ‘양산단계’ 중 주로 메인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이른바 ‘직접공정’의 경우 ‘프레스공정→차체공정→도장공정→의장공정(조립공정)’ 순으로 진행되고, 직접공정과 관련되거나 연계된 공정(이른바 ‘간접공정’)으로 소재 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범퍼제작공정), 생산관리업무, 출고업무, 포장업무 등이 있다.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회사 도장공정·의장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관리업무·출고업무·포장업무 등을 담당한 원고들이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은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6조의2 1항에 따른 직접고용 의무를 구했다.

2.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의 사유를 근거로 원고들이 각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서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했다고 판단하고, 피고에게 개정 및 현행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의해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것과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명했다.

(1)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행사

피고는 사양일람표·사양식별표·작업표준서·작업지시서·검사기록표·서열모니터·포장작업기준서·작업사양서(포장)·생산계획표 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사내협력업체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한이 없었다.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의 자동차생산에 있어 핵심적인 업무로 피고의 자동차 생산계획에 따른 작업시간과 속도·생산량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고, 이와 같은 결정권한은 전적으로 피고에게 있었다.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차체공정·도장공정·의장공정(조립공정)으로 이뤄지는 직접공정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는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전후 또는 경우에 따라 좌우에서 세부적으로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서 처리했던 것에 불과하다. 그 밖의 공정[그레이팅, 지그 박리, 세척업무, 출고업무(PDI) 및 차량운송업무, 생산관리업무(서열 및 불출), 공용기 회수·운반·정리업무, 지게차 운영 및 정비업무, 포장업무(KD공정) 등]도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에 불과하므로,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자동차 생산공정의 특성상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와 연동돼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공정은 피고의 공정과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결합돼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

(3)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이나 근태 등에 관한 결정권한 결여

파견법상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로부터 각각 지휘·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으므로,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이 전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지배 또는 통제하에 있는 경우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도급계약의 내용이나 이행 태양,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형태 등을 기초로 이와 같은 결정권한이나 관리권한이 본질적으로 어느 사업주에게 유보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무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근로, 교대제 등 근무형태, 휴가일정은 모두 피고의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 운영 등에 전적으로 좌우됐다.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의 생산계획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특근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고, 단지 피고의 특근계획 또는 생산계획에 따라 근무인원을 정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4) 사내협력업체 업무의 특정성·구별성, 전문성·기술성 결여

원고들이 담당한 공정은 모두 피고의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 핵심공정으로서 피고가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공정을 분배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 비춰 알 수 있듯이, 피고만이 할 수 있는 공정과 사내협력업체만이 할 수 있는 공정이 본질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고도의 전문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신차를 개발하는 피고가 양산단계에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므로, 피고와의 관계에서 사내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5)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결여

대부분의 사내협력업체는 피고의 작업현장 내에 사무실을 두거나, 장비나 생산시설·소모품 등을 모두 피고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했다. 또한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을 보이자 사내협력업체를 폐업시키는 것을 계획하는 등으로 사내협력업체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3. 평석

가. 이른바 간접공정 분리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른바 도장·의장 등 직접공정에 대한 파견관계는 크게 다투지 않는 반면 그레이팅, 지그 박리, 세척업무, 출고업무(PDI) 및 운전업무, 생산관리업무(서열·불출), 공용기 회수·운반·정리업무, 지게차 운영 및 정비업무, 포장업무(KD공정) 등 간접공정에 대한 파견관계를 주되게 다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직접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간접업무도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와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고, 원청이 작업지시서 또는 서열모니터 등을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작업지시를 하며, 원청이 정한 생산계획에 의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작업량·작업순서·작업속도·작업장소·작업시간 등이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사외서열작업장의 서열업무(사외서열)는 정규직 근로자 또는 사내서열업체의 작업방식과 동일하고, 공용기 회수·운반·정리업무(공용기 회수)는 조립공정과 연동돼 있으며, 도장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장비들을 박리·세척하는 업무(도장설비 청소)는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로 전체 생산공정과의 유기적 연관성이 높고, 지게차 운영·정비·관리 업무(지게차 수리)는 자동차 생산속도에 맞춰 적시에 부품 투입 및 부산물 수거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공정분리는 잘못

검찰은 지난 7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자동차생산공정을 직접공정·간접공정으로 나누고 직접공정에 대한 부분만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간접공정에 대해서는 적법한 도급이라며 불기소처분을 했다. 노동부는 2018년 12월 직접공정·간접공정 구분 없이 파견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면서도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다가, 지난 9월30일 검찰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직접공정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했다.

단순히 컨베이어벨트와의 물리적 거리만을 근거로 파견근로관계를 판단하는 검찰과 노동부 태도는 대상판결뿐만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된다. 법원은 2010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대법원 판결 이후로 자동차 생산공정이 연속흐름생산에 따라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컨베이어벨트와의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작업지시서 등을 통한 구속력 있는 작업지시, 정규직 작업자 업무와의 기능적 연동성, 원청의 생산계획에 작업량과 작업속도 등이 결정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견근로관계 여부를 판단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검찰과 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수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 및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독자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생산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상판결은 사용자측의 임의적인 직접공정·간접공정 구분이 파견근로관계 판단에 있어서 고려요소가 아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