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경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이 하나둘 지쳐 떠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아름다운가게의 좋은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하며 떠나는 동료들을 보며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뭔가 개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 노조가 설립됐다.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는 5일 '노동조합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지회 설립을 공식화했다. 지회 별칭은 '벼리연대'다.

김태운(38) 아름다운가게지회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노조설립 이유를 "조직 안에 생긴 벽을 허물고, 활동가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가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아름다운가게 1호점 안국점 매니저다. 그는 "언제부턴가 아름다운가게에 벽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임원진과 간사들 간 벽일 수도 있고, 동료와 동료 간의 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부 구성원 사이에 수평적 소통문화가 사라졌다는 말도 했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만연하다"거나 "중요한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될 때마다 정확한 평가와 책임이 없다" 혹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만연하다"는 우려 섞인 불만이 흘러나온 지 오래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수평적 소통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서 나눔과 순환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구성원 노동권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는 문제의식도 컸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봉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가려, 활동가 또한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보장받고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설립선언문에는 김 지회장의 고민이 묻어 있다. 지회는 선언문에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 활동가는 희생과 봉사, 착하고 좋은 일을 한다는 당위성에 기반했을 뿐, 노동자로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다"며 "솔직히 말하면 자기 부정과 자기 착취의 중간 지점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모든 구성원의 복지향상과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아름다운가게의 성장과 변화, 더 나은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아름다운가게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조합원들의 니즈를 파악해 활동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임원진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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