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청와대 인근 서울종로경찰서 효자치안센터앞에서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전국교사대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농성하고 있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정기훈 기자>
"언젠가 해직된 한 선생님이 결의대회에 나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때문에 이렇게 평일에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결의대회를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조합원이 자신들을 응원하러 올지 마음을 졸인다고요. 너무 속상했어요. 미안한 마음은 갖지 말라고, 우리는 동료니까 같이 싸우는 것뿐이라고 꼭 말해 주고 싶어요."

교사가 된 지 7년째,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조합원으로 활동한 지 이제 꼭 6년이 됐다는 박연지씨가 해직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박씨는 노조 조합원들을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24일 오후 노조는 법외노조 통보 6년을 맞이해 서울 종로구 서울종로경찰서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노동부 규탄, 법외노조 취소 촉구 전국교사대회"를 열었다. 400명 넘는 조합원은 "직권취소를 거부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구호를 외치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행진했다. 서울지방노동청 4층에는 18명의 해직교사가 이날로 4일째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교단에서 거리로, 투쟁 나선 선생님"

결의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띠를 머리에 둘렀다. 그들의 손에는 ‘당장 직권 취소!’라고 쓰인 팻말이 들려 있었다. 조퇴를 하고 결의대회에 참석한 안창노씨는 "법외노조가 6년째란 사실에 답답하다"며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도 해직교사가 한 분 있다"며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권정오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전교조 법외노조 즉각 취소와 해직교사들의 즉각 복직을 위한 조치를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2013년 법외노조가 됐다. 박근혜 정부 노동부는 2013년 10월24일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교육부는 노조가 법외노조가 되자 당시 노조전임자로 활동하던 교사들의 휴직을 취소하고 학교 복귀명령을 내렸다. 34명이 명령을 거부해 직권면직됐다. 이 중 한 명은 지난해 정년을 넘겼다. 노조는 6년 전과 동일하게 법외노조 직권취소와 해직교사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창익 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점점 거리를 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첫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노동계를 향해 "1년 정도 지켜봐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서울지방노동청에 남은 18명의 해직교사"

법외노조 문제 해결이 늦어지자 해직교사의 시름은 늘어 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4개월 동안 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노동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서울고용노동청 점거를 선택했다. 서울노동청에서 농성 중인 송재혁씨는 "직권취소를 할 주체는 노동부인데 지금은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다"며 "점거농성은 장관이 직접 방문해서 직권취소 수용의사를 밝힐 때까지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영씨는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며 "고혈압·부정맥 등 지병이 있는 분들은 농성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약을 구비해 뒀다"고 설명했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민숙씨는 "얼마 전 노동부 노사관계담당관과 통화를 했는데 최근 10일 사이 공무원노조 해직자 두 분이 돌아가신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노동부는 그만큼 (법외노조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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