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인 '군산형 일자리'가 첫발을 뗐다. 단순히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원·하청 상생과 지역별 노사관계 활성화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지역은 투자유치 급급한데…

전라북도 군산 노사민정 대표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오후 옛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5월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와 새만금산단 1공구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2022년까지 1천961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군산공장 부지에는 명신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공장이, 새만금산단에는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한 4개 기업이 참여하는 새만금 컨소시엄 공장이 들어선다.

올해 1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구미·강원도·경남 등에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이후 원·하청 상생이나 노동자 경영참가 같은 연대 혹은 노사관계 혁신보다는 기업 투자유치와 정부 재정지원만 바라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군산지역 노사민정이 체결한 상생협약 내용은 광주형 일자리 상생협약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일부 조항은 광주보다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동교섭으로 기준 만든 후 개별교섭

임금의 경우 군산시 노사민정으로 구성된 상생협의회에서 각 기업 노사가 공동교섭을 한다. 그런 다음 원·하청 상생방안과 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사업장에서 개별교섭으로 임금수준을 정한다. 상생협의회는 갈등조정·중재특별위원회를 꾸려 노사 이견이나 갈등을 중재한다. 생산 시작 후 5년 동안 노사는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참여주체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군산 노사민정은 우리사주제와 노동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에 합의했다. 기업과 지자체, 원청과 하청이 함께하는 상생 추진방안도 협약에 담았다. 기업은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한다. 또 지역발전기금 같은 지역사회 공헌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상생협의회는 원청과 협력사 간 공정거래·동반성장 방안을 도출하고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대와 혁신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상생형 일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추진 중인 모델 가운데 군산형 일자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원·하청 노사 공동교섭과 지역이나 산업단지 차원의 노사관계 지향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과 달리 민주노총 군산시지부가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미조직 노동자 지원” vs “노동기본권 제한”

한편에서는 상생협의회가 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군산 노사민정은 상생협의회에 임금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적정임금을 결정하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사갈등이 불거졌을 때 상생협의회 조정을 5년간 수용하기로 한 조항이 노동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각종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지만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 아닌 노동기본권 제한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최재천 민주노총 군산시지부장은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 대부분에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공동교섭과 상생협의회 조정으로 미조직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며 “미조직 노동자를 노조에 가입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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