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회가 노사 이견으로 발표를 연기했던 금융산업공동실태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금융종사자 5천622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금융환경 변화와 임금체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금융종사자 74.1%가 노동시간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조사 결과 금융종사자의 노동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현장에 안착하면서 지난해 금융노조 조사 결과(주 52.4시간)보다 3.6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동시간단축이 일자리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는 금융산업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응답자들은 금융산업 최대 이슈로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 재편(47.2%)'과 '금융회사 간 과도한 경쟁(26%)'을 꼽았다. 금융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수익성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은행들이 단기 실적주의와 과당경쟁으로 대응하면서 인력은 충원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유주선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과도한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개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본질적인 문제"라며 "은행들이 인력을 더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금융노동자를 심각한 수준의 과당경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경쟁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이 줄어도 금융권 일자리는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금융산업 노사의 입장 차는 실태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산업위는 인사담당자(26명)와 노조간부(19명)를 별도로 조사했다. 노사에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필요한 사항 1·2순위를 물었더니 노조측은 인력충원(89.5%)과 과도한 성과주의 개선(42.1%)이라고 답한 반면 사측은 업무 과정의 효율화(76.9%)와 업무의 공정배분(53.8%)을 꼽았다.

이런 인식 차이는 금융 노사정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산업위는 논의기간을 이달 11월 말에서 내년 2월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사가 제안한 4개 의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4개 의제는 노동계가 제안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과 금융권의 과도한 경쟁문화 개선, 사용자측이 제안한 임금체계 개선과 산별교섭 효율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