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에게 하루 700만원씩 간접강제금을 물리는 법원이 제정신입니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1일로 58일째 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영수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지회장 황호인) 조합원이다.

인천지법이 최근 한국지엠 비정규 노동자들의 공장 정문 앞 철탑농성에 제동을 걸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회는 2015년 군산공장과 지난해 부평공장에서 해고된 46명의 비정규직을 부평2공장 2교대제 전환시 복직시키라고 요구하며 8월25일부터 철탑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21부는 지난 15일 한국지엠이 지회를 상대로 낸 철거 등 가처분 신청 및 간접강제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지회에 철탑 철거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사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조합원 14명이 각각 하루 50만원씩 한국지엠에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지회는 난감한 표정이다. 해고자 복직 관련 실마리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23일부터 하루 700만원씩 부과되는 간접강제금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황호인 지회장은 "내부 의견이 분분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23일부터 간접강제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22일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한 연석회의와 조합원들 의견을 묻고 방침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지엠 고소로 황호인 지회장 등을 업무방해·도로교통법 위반·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이어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까지 지회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회사와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논의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정규직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최근 올해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차기 집행부로 관련 논의를 넘기면서 이들의 복직은 더 불투명해졌다. 한국지엠이 다음달 중순부터 2공장 인원배치를 마무리하고 12월부터 업무교육(OJT)을 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실상 지금이 비정규직 복직 협상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황 지회장은 "그간 사측과 비정규직 간 중재를 했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장도 곧 보직발령으로 공석이 될 예정"이라며 "이래저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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