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4대 보험 체납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4대 보험 체납 때문에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아시나요? 대출도 받지 못하고 신규 카드 발급도 안 돼요. 하청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임금체불에 고통받고 있는데, 4대 보험 체납으로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정부가 나서 해결해 줘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했다. 그 결과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임금에서 매월 4대 보험료를 공제하면서도 이를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다. 올해 8월 현재 체납된 금액만 1천380억원에 이른다. 사업주가 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한 금액만 700억원이다.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사측의 4대 보험 체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조선업 4대 보험 체납액 무려 1천380억원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전남서남지역지회·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그리고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하청노동자 4대 보험 체납피해 해결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조선소 하청업체들은 노동자 임금에서 매월 4대 보험료를 공제하면서도 이를 납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썼다”며 “4대 보험 노동자 부담분을 사업주가 횡령한 것이며 정부가 이 같은 횡령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조선업 위기 돌파를 이유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을 대상으로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했다. 올해 8월 현재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 업체의 4대 보험 체납액은 1천380억원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자 부담분인 700억원을 공제하고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주가 횡령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업 등으로 국민연금을 탈퇴해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한 사업장의 국민연금 체납액은 지난해 1월 기준 134억원에서 올해 8월 207억원으로 70억원 넘게 늘었다. 조선업 사업장 국민연금 전체 체납사업장 1천323곳의 체납액 254억원 중 국민연금 탈퇴사업장은 91%(1천203곳)다. 체납액이 81%(207억원)에 달한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그대로 두되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에 대해서는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2017년 국민연금과 지난해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종료했다. 그러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여전히 체납처분 유예조치가 시행 중이다.

구제 위한 예산 6억원도 거부한 정부

정부는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로 노동자 피해가 커지자 지난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해 5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와 함께 조선업 하청노동자 국민연금 체납피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해 근로자들에게 본래의 자기 몫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 보험 체납 관련 정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엄강민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정부가 조선업 위기라는 이유로 하청노동자의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매달 4대 보험을 떼어 사업자가 횡령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정부는 4대 보험 체납으로 벌어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의원은 “정부가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사업주의 4대 보험 체납에 면죄부를 주며 노동자 삶을 망치는 비상식적인 일을 했다”며 “올해 5월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최소한의 구제 통로를 만들어 보자며 6억원의 예산안을 올렸지만 재정당국은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업 하청노동자 4대 보험 체납피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탁상행정 때문”이라며 “정부가 나서 피해노동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