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여성 노조대표가 있는 민주노총 조직이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절반 이상에 여성용 화장실이 없었다. 민주노총이 30% 여성할당제를 시행한 지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조직 내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 절반 이상 여성용 화장실 없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25년, 여성대표성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김수경 여성국장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노동조합의 성평등 지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민주노총 10개 가맹조직 252개 사업장 노조가 조사에 참여했다. 노조대표가 여성인 곳은 11.95%(30곳)에 그쳤다. 84.13%(212곳)에서는 여성 노조대표를 단 한 차례도 선출하지 않았다.

절반(48.02%·121개)에 가까운 사업장에는 여성 임원이 없었다. 대의원 중 여성이 없는 조직이 3분의 1(33.33%·84개)이나 됐다. 교섭위원 중 여성이 없다는 응답도 38.10%(96개)나 됐다. 김수경 국장은 “무응답이 19%였는데 이를 여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면 민주노총 사업장의 60%는 여성이 교섭위원으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 교섭 과정에서 여성 의제를 논의하지 않거나 부차적으로 다룬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003년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30%) 규정을 제정했다. 이듬해부터 이를 가맹조직에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할당제 규정(규칙)이 있는 곳은 19.05%(48개)에 머물렀다. 여성 노조간부 부족현상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이어졌다. 사업장에 여성용 화장실이 있는지를 묻자 55.16%(139곳)가 “없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총연맹과 일부 가맹조직만 규정을 통해 여성 할당제를 근근이 지켜 내고 있으며, 산하 조직은 이조차도 ‘여성이 없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여성 대표성이 지속적으로 낮은 문화적·제도적 요인을 찾아내고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처럼 성평등 교섭 의무화하자"

성평등 의제를 교섭에서 다루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통해 여성 간부 부족현상을 만회하면서 여성의 노조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 3권 향유를 촉진·보장하기 위해 노사 양측에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맥락을 고려하면 노조 또는 사업장 내 소수자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평등 교섭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노사자치를 침해하는 입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1년마다, 그 밖의 고용평등과 관련해서는 3~5년마다 교섭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성평등 교섭의무가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1997년 민주노총 여성위가 설립된 이후 매년 사업평가에서 여성 주체역량의 수적인 부족과 전문성, 사업의 연속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성평등 의제를 다루는 주체역량은 전혀 확대되지 않았다”며 “국제 노동운동의 성평등 주체역량 현황을 조사해 기준을 마련하고 민주노총 성평등 주체역량을 확대하면서 전문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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