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에게 떡을 돌렸는데요. 떡을 받아 가면서도 그날이 노인의 날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지금 노인들은 젊은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부국을 이루기 위해 애쓴 사람들인데도 사회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너무 무관심해요. 정부 지원도 미미하고요.”

배범식(65·사진) 노후희망유니온 상임위원장은 빈곤을 비롯한 노인들이 겪는 문제들이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노인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배범식 위원장은 “젊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며 “노인복지에 투자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범식 위원장은 올해 1월 취임했다. 2기에 이어 3기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후희망유니온은 2014년 출범했다. 조합원은 3천명가량이다.

-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 사정은 어떤가.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빈곤이다. 나이가 들면 일자리는 없어지는데 아프니 병원비를 비롯해 돈 들어가는 곳은 많아진다.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전에는 자녀가 부모를 모셨지만, 지금은 사고도 바뀌고 핵가족화돼 노인이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기도 어렵다. 의료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 문제도 크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노인들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이고, 이 속도대로라면 2025년쯤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문제를 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하나.
“노후희망유니온은 노인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52만원 정도다.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힘든 액수다. 최저임금의 절반 정도라도 정부가 기본소득제로 노인에게 지급하길 바란다. 수급 대상 선정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선정·관리비용도 적지 않은 만큼 노인이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 노인은 주거공간이 열악하고 혼자 살면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고독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인당 집 한 채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집단주거 공간을 마련해서 서로 어울릴 수도 있고 의사나 간호사의 건강 진료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 우리 사회가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낱낱이 드러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 같다. 정부가 최근 사회복지 비용 증가와 인구추계를 고려해 노인복지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노인들에게 무책임한지 알 수 있다.”

- 노후희망유니온은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하나는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노인이 처한 경제·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인들이 정치적인 힘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 없이는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없다. 특히 노년층을 민주세력으로 결집하게 하려는 것이 목표다.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이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수화 정도가 아니라 극우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광화문에 태극기부대가 나오지 않나. 반공 분위기 속에서 살아 온 역사적 맥락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고령자들은 사회적 박대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큰소리치고 살 곳이 없다. 그런데 태극기부대로 합류하면 음료도 주고 소리도 치게 해 주니까, 놀 데가 없어서 나오는 분도 많다.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도 나이를 먹어 은퇴해 경로당에 가면 비슷해진다. 그래서 노년층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대선 때 60세 이상 유권자가 1천만명이 넘었다. 고령화는 앞으로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조직화를 통해 그들이 정치적으로 자각하지 않으면 민주세력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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