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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없는 공제조직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공제회라는 말이 이해하기 어렵긴 한가 보다. 우리나라의 간판 격인 포털사이트 두 곳에서 제공되는 국어사전과 국립국어원 사이트에 공제회를 검색하면 한자표기가 우리가 이해하는 공제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공제회는 한자로 ‘共濟會’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국어사전에는 ‘控除會’라고 돼 있다. 앞의 표현이 경제적으로 서로 돕는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면 뒤의 표현은 돈을 갹출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控除’의 법률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 글의 의도는 그 이유를 따지는 데 있지 않으므로, 이 정도로만 짚고 넘어간다. 이러한 혼선은 공제에 대한 무관심 탓이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도 복잡한 측면이 있다.

공제의 기원은 고대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중세 유럽의 길드조직에서였다. 유럽에서는 통상 뮤추얼(Mutual)로 표현하는데, 유럽위원회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그 목적이 투자 수익보다는 주로 회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그룹이다. 사람이라 하면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 이러한 뮤추얼에 포함되는 조직은 우애조합·협동조합·상호보험회사·상조조합·신용조합·주택조합·대부조합·마이크로 크레디트·장례조합·프리메이슨 등이 있다. 대표적인 뮤추얼은 상호부조조합과 상호보험회사인데, 19세기에 번성했던 상호부조조합과 달리 상호보험회사는 통계수학이 발전하면서 19세기 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공제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공제는 크게 보험형 공제와 상호부조형 공제로 나눌 수 있다. 보험형 공제는 신협공제처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다루는 공제다. 상호부조형 공제는 군인공제회처럼 사망이나 퇴직급여 등을 다룬다. 우리나라에서 상호보험은 공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제는 민법과 각종 특별법에 따라 설립이 가능하고, 상호보험은 보험업법에 따라 설립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적으로 보험주식회사만 있을 뿐 보험상호회사는 없다.

상호회사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사원을 계약자로 하며 사원총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 점에서 상호회사는 협동조합이나 공제회의 주요한 가치인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공제와 다른 점은 공제가 특정한 직업인이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상호회사는 가입에 특정한 자격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상호회사가 설립되면 보험업법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없는 공제는 생협공제와 노동조합공제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생협공제는 2010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개정돼 생협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인가권을 가지고 있는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 실시방법과 공제계약 및 공제료 등을 정해야 하는데 10년 가까이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협공제를 준비 중인 곳에서는 인가 신청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협동조합 공제를 보험주식회사와의 공정거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시행규칙을 만들지 않아 법의 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은 거의 사보타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남은 건 노동조합공제다. 노동공제를 위해서는 별도 법률이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4호는 노동조합의 정의 조항인데, 다목에 공제·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공제사업이 노동조합의 사업임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공제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노동조합법은 우리와 같이 공제사업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9조에 노동조합은 공제사업 기타 복리사업을 위해 특별히 설치한 기금을 다른 목적을 위해 유용할 때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적시해 공제사업기금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부금으로 납부되는 기금의 안정적인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조항을 우리 노조법에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자체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면 사업을 실시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이 상호회사를 운영하거나 별도 생협 조직을 지역별로 만들어 생협연합회 방식으로 공제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자체 사업으로 조합원 간 상호부조를 위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노동조합 본연의 기능이기도 하거니와, 이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공제보험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또 하나의 빈 공간인 노동금고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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