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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인건비와 공공기관 파업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철도·지하철 파업이 예정돼 있다. 온통 ‘조국’으로 야단법석인 나라에서 철도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등이 7일부터 차례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이제야 읽고서 이렇게 끄적거린다. 어제 매일노동뉴스에 게재된 기사를 통해서였다.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 총액인건비 제도가 공공기관 내부 임금격차를 키우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포털뉴스를 검색해서 찾아보다 심 의원이 블러그에 게재한 보도자료까지 읽게 됐다. 읽어 보니 이날 심 의원은 “신규채용도 총액인건비 제도에 걸려서 못하니까 노동자들이 쉴 수가 없어” 연차를 쓸 수가 없는 것인데, 그러면 “연차휴가 기간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그것도 사측이 “총액임금제에 묶여서 못 준다”고 하니까 임금체불에 노동자로서 파업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냐며 철도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간 임금격차가 2배 이상이고, 공공기관 내 고용형태별 차이(정규직 대비 무기계약직 48.5%, 기간제 49.8%, 간접고용 35.1%)가 민간 대기업의 고용형태별 차이를 상회하는 수준인 것은 정부가 총액인건비 제도로 그 격차 해소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2. 이 나라에서 공공기관 노사문제는 총액인건비로 귀결되고 만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하고 추진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정부 및 지자체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 축소의 모범을 창출하고,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지만(‘나라를 나라답게’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76면) 공약의 이행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이거나 무기계약직 등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직군 내지 처우를 통한 차별의 지속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공공기관의 변명은 총액인건비였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총액인건비 제도로 제한하고 있으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면 기존 정규직 등에 대한 임금삭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피하기 위한 자회사 소속이고 무기계약직 등 별도 직군이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파견근로로 인정돼 한국도로공사가 사용자로서 고용해야 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선고됐으니 도로공사는 사용자로서 즉시 이를 이행해서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판결이 나고서도 공사는 자회사를 추진하고,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돼 기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주지 않고 있다. 단순히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니다. 근래 이 나라 공공기관에서 노조의 교섭과 파업, 그리고 노동자권리 등에 관한 노동문제는 모두 총액인건비와 관련돼 있다.

3. 공공기관노조 간부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분명히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조합원들이 노동자권리를 주장하면 된다고 대답을 해도, 잘 듣지 않는다. 사측에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청구하면 된다고 말해 주는 나를 답답하다고 여길 때도 있다.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내가 대답해 줘도, 시간외근로수당·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해 줘도 총액인건비 때문에 어렵다고 내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정해 제한하고 있으니 노동자권리를 주장해서 판결을 받더라도 그 총액의 일부로 지급할 테니 결국 경영성과급 등 다른 임금이 삭감되는 것 말고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인데, 이런 말대로라면 공공기관에서 노조로서는 도대체가 조합원의 임금권리를 위해 할 게 없다. 그래서였나. 근래 공공기관 임단투에서 임금인상을 얼마 요구해 관철했다는 소식을 좀처럼 듣기 어렵다. 일반 사업장 임단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러니 흡사 국가의 법령으로 임금수준이 정해지는 공무원처럼 오늘 이 나라에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그렇다. 그러니 치열함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이는 총액인건비로 제한받는다는 임금 등 인건비에 한정돼 있지 않다. 공공기관의 임금 등 인건비를 제한하는 것이 총액인건비 제도라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서 정하는 지침은 공공기관에서 각종 노동자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공공기관의 선진화니, 정상화니 하며 외주화 등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등을 통한 노동자권리 삭감을 추진했는데 이는 어김없이 고용노동부의 매뉴얼과 관련 부처의 지침으로 공공기관에 하달돼 시행을 강요받았다. 이렇게 이 나라에선 정부가 공공기관의 임금 등 노동자권리에 관해서 제한해 왔다. 그러니 공공기관 노동자는 그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노라고 말해야 하는가. 내가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말한다면 노동자권리타령으로 사는 나는 그들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인 것이다. 그래서 그건 아니라고 답을 찾지 않을 수 없다.

4. 얼마 전 한 은행노조와 상담하다가 총액인건비 제도에 대해 위헌소송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현실에선 분명히 법령과 처분처럼 공공기관에서 구속력 있게 시행될 수밖에 없으니 하는 말이겠다. 공기업에 관한 평가지표에서 총인건비 점수는 3점이 배분돼 있다. 100점 만점에 3점이니 별것 아니라며 총액인건비 제한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거의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이를 준수하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공공기관은 0점을 받게 되는데, 나머지 평가지표들은 총액인건비처럼 그 제한의 준수 여부로 3점과 0점으로 객관적으로 명확히 평가되는 지표는 아니다. 더구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의해서 기관의 경영평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임명 등을 위해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 사장 등 경영진으로서는 총액인건비 준수에 사력을 다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공공기관에선 임단투가 임단투가 아니게 되는 현실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가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가 공약에 따라 추진해 온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소속이 아닌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게 여의치 않아 그 소속으로 하더라도 차별처우를 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방법이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대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발생하게 될 추가 인건비는 총액인건비의 예외사유로 지침으로라도 정해서 시행하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국회 입법도 필요 없이 그야말로 정부 지침 개정으로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고서 추진한 것인데, 이는 총액인건비 내에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라는 취지가 아닐 수 없고, 그러한 취지대로 오늘 이 나라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취지로 정규직화를 추진했던 것인데 공공기관에서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변명할 일은 아니다.

5. 사실 우리 노동자, 노조도 할 말이 없다. 총액인건비 제도가 무엇인지를 모르지 않는다. 공공기관 노동자와 노조가 따라야 할 법령도 아니고 처분도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법적으로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자가 노조로 단결해서 그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 된다. 헌법 33조에서 노동자의 단결,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총액인건비 제도든 뭐든 공공기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임금 등 권리 수준을 직접 정할 수는 없다. 임금 등 노동자권리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을 통해서 정하는 것이고, 이것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선 노동자에게 자유가 없다. 그러니 노조는 총액인건비제 등 정부가 지침으로 공공기관 사용자에 대해 뭐라 했던 상관없이 ‘자유’인 이 나라에서 법이 보장한 제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법이 보장한 노조의 일을 하지 못해서 오늘 다시 총액인건비가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총액인건비에 맞서 노조가 임금인상을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해서 투쟁하는 걸 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파업 등의 쟁의는 정당하다고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지침이 아닌, 법은 당당히 노동자를 위해서 행동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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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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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카엘07 2019-10-11 13:31:37

    자회사가 아니고 그냥 용역회사~ 갓들어온 신입사원 보다 10년이상된 기존직원이랑 월급이 똑같다~ 아니다 작을때도 있다~ 용역시절 소장이 자기 입맛되로 다 월급 줬는데~
    자회사가 되어서도 전혀 개선도 되지 않고있다~ 자회사는 기존 직원들 위해서 아무것도 안하는것 같다~ 모회사도 자회사에 돈만 주면 땡이다 적당하게 주겟지~그러나
    자회사직원들은 돈이 용역회사때보다 월급이 작아서서 아우성이다~ 협의체도 그러타 정말
    현 작업장 직원들 소리는 올라가지도 않는다~ 솔직이 이런일이 처음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 정말 제대로 되는게 없는것 같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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