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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자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경북 영천시 채신공단에 가면 다이셀세이프티시스템즈코리아(다이셀코리아)라는 일본자본이 투자한 외국인투자기업이 있다.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8월16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9월22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2주일이 지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다이셀코리아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유치한 외국인투자 1호 기업으로 에어백 부품인 인플레이터를 제조하는 공장이다. 경북 구미의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코리아(아사히글라스)와 함께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기업이기도 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2011년 영천시는 다이셀코리아에 공장부지 4만2천696제곱미터(약 1만2천평)를 10년간 무상임대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전면 면제하며, 취득세 또한 입주 후 15년간 면제하는 특혜를 조건으로 기업 유치에 합의했다. 참고로 아사히글라스의 경우에도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2004년부터 약 39만6천제곱미터(약 12만평)의 부지를 50년간 무상임대하고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의 특혜를 부여했다.

이러한 특혜에도 다이셀코리아의 노동조건은 전근대적인 노동착취를 연상케 한다. 현장노동자들은 잔업·특근을 포함해 매일 10시간 이상 일해야 겨우 생활 유지가 가능한 임금을 받을 수 있었고, 잔업·특근을 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조차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본급에 상여금을 포함시킴으로써 급여가 저하되는 역진현상이 발생하고, 휴업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연차사용을 강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전환배치와 남성 관리자들에 의한 비인격적인 지시와 폭언 등으로 1년 내 이직률이 40%를 상회할 만큼 노동조건은 열악했다고 한다.

참다못한 다이셀코리아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 4월3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다이셀지회를 설립했다. 현재 조합원수는 60여명이라고 한다. 노조는 5월7일 단체협약 요구안을 발송한 이래 지난달 26일까지 19차에 걸친 교섭을 했으나, 회사는 임금·인사·징계·고용안정 등 핵심적인 조항들에 대해서 사측안 제시를 거부하고 있다. 다이셀코리아 대표이사 오오마에 요스케는 18차 교섭 자리에서 임금안 제시를 약속했다가 19차 교섭 자리에서는 번복하는 등 무려 5개월간이나 교섭을 파행으로 만들고 있다. 그사이 회사는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이사들까지 현장에 투입하고 관리자와 비조합원들을 통한 대체근무로 파업 효과를 미미하게 만들며 노조 흔들기를 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교섭해태요, 노조를 부정하는 태도로 노조파괴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노조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

다이셀코리아가 이처럼 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마저 거부하며 노조 흔들기를 시도하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난달 26일 영천시청 앞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경북노동인권센터 등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 놀라운 사실이 폭로됐다. 2011년 영천시와 다이셀 자본이 체결한 투자유치 계약서에는 “회사와 종업원 간 노동분쟁 발생시 지방자치단체는 회사측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합의조항을 두고 있었다. 노사 간 분쟁 발생시 공정하게 행동해야 할 지자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외투기업 편을 들기로 약속해 뒀으니 다이셀코리아는 우리의 노동법과 노동자 권리를 무시하고 교섭해태라는 부당노동행위를 거리낌 없이 했던 것이다. 작은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는 영천시에서 노사분쟁의 한 당사자인 자본의 편을 들겠다고 명시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고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부정한 헌법 위반의 몰지각한 행위다. 제 나라 국민을 위하지는 못할망정 전범기업 편을 들겠다는 이 정신 나간 합의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노동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분류해 노동 3권 행사를 사회 안녕을 해치는 범죄로 취급하는 나라,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노동 3권을 부정하는 재벌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수십 년 동안 용인하는 나라,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불법화하는 나라, 노무사와 기업이 결탁해 파업을 유도하고 회사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파괴해도 개의치 않는 나라, 법원의 거듭된 불법파견 판결에도 대기업 회장에게 어떤 법적 조치도 하지 못하는 나라, 사용자의 반노조 행태에 견디다 못해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파업의 배경과 이유는 묻지 않고 노동귀족으로 공격하고 파업에 따른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 예상치로 신문지상 1면을 장식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노사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립적일 수 있겠는가.

촛불항쟁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상대국인 유럽연합(EU)의 압력에 밀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등에 대한 비준 절차를 추진하면서도 사용자의 방어권 보호를 이유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산별노조 임원과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 및 활동 제한 등의 개악 내용이 포함된 노동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으로써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협약 비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모든 노동자가 어디에 있든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보편적 권리에 관한 것으로서 협상하고 조건을 달고 할 문제가 아님”에도 ILO 기본협약 비준의 조건으로 노동자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불법파견 해당자 전원에 대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이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공사와 정부는 이행을 거부하는 형국이다. 노동판결 이행은 거부하면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권영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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