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고용관계 다양화와 새로운 고용형태 변화를 반영해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기준(ICSE)을 개정했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비임금노동자)로 분류했던 것을 독립 취업자(Independent workers Employers)와 의존 취업자(Dependent workers)로 개정해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내용이다.

독립 취업자에 고용인·자영업자
의존 취업자에 의존 도급인·임금노동자·무급가족종사자


ILO는 지난해 10월 국제노동통계회의(ICLS)에서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 결의안(ICSE-18)을 채택했다. 1993년 채택된 ICSE-93은 종사상 지위를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조사는 ICSE-93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화와 고용관계 다양화로 새로운 고용관계가 점차 늘면서 종사상 지위 구분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자영업자나 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활동인구 중 노동상황이 임금노동자와 비슷하지만 다른 경제단위에 의존성이 크고 고용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에 의해 노동을 제공하는 부문이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CSE-18은 자영업자·임금노동자로 구분되던 기존 분류 기준을 1단계에서 ‘독립 취업자’와 ‘의존 취업자’로 나눴다. 2단계에서는 독립 취업자를 고용인과 자영업자로, 의존 취업자를 의존 도급인과 임금노동자·무급가족종사자로 세분화했다. 5단계로 세분화하면서 ‘의존 도급인’을 신설한 것이다.

5단계는 다시 10단계로 세분했는데, 고용주와 자영업자는 법인 여부에 따라 고용원이 있는 법인 고용주와 고용원이 있는 가내 사업체(비법인) 고용주, 고용원이 없는 법인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가내 사업체(비법인) 자영업자로 나눴다. 의존 도급인은 의존 도급인으로 신설된 항목을 다시 아래에 배치하고, 임금노동자는 노동시간의 정규성과 고용계약 기간의 고정된 종료시점, 고용계약 기간에 따라 △기간의 제한이 없는 노동자 △기간제 노동자 △임시·단기 노동자 △유급 견습·훈련생 및 인턴으로 분류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한 분류기준으로 명시했다.

“이분법에 가려진 노동자 규모·지위 명확히”

ICSE-18에 따르면 의존 도급인은 비법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고용원과 최소보장 근로시간이 없고, 사회보험과 소득세가 본인 책임인 사람을 말한다. 상품·서비스 가격결정권이 없거나 매우 약하며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노동환경에서 일하지만 임금노동자와 달리 고정급여를 받지 않아야 한다. 특정기업에 전속해 계약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기준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됐거나 임금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중간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 노동자와 배달을 포함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ICSE-18상 의존 도급인에 포함돼 객관적 통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종사상 지위 분류 통계는 통계청에서 하는데 의존 도급인(종속 계약자)인 특수고용 노동자의 판단기준과 규모가 불분명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종사상 지위)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 ILO에서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고용직에 관한 국제 공통기준이 없어 미국과 한국은 (종사상 지위를) 임금노동자·자영업자 이분법으로 분류한다”며 “새로 등장한 개념이 의존 도급인(종속 계약자)으로, 자영업자·임금노동자·종속 계약자를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해 ICSE-18에 개념과 정의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 ICSE-18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직 등 그동안 가려져 있는 노동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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