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현장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해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노사단체 간 약속이 깨졌다. 드라마제작사협회가 회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3일 "드라마제작 관련 단체들의 논의가 지연되면서 드라마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표준인건비기준이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상파 방송 3사·드라마제작사협회로 구성된 '지상파방송 드라마제작 환경 개선 공동협의체'는 지난 6월18일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9월30일까지 제정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는 시간표도 내놓았다.

지부에 따르면 공동협의체는 표준근로계약서와 인건비기준을 논의하는 4자 실무협의를 한 차례밖에 개최하지 못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측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실무협의를 연기하다 지난 8월에야 한 차례 논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8월 회의 후 협회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다시 차기 회의를 연기하고 있다.

표준근로계약서·표준인건비기준이 나오지 않으면서 드라마제작현장 노동자들의 상황은 6월 합의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적지 않은 제작사들이 공동협의체가 만든 근로계약서가 나오면 이를 적용하기로 하고 무계약 상태에서 드라마를 제작해 왔다"며 "최근 무계약 상태에서 제작을 마친 드라마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부는 "실무협의 연기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는 스태프 노동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협회는 시간을 끌어 표준근로계약서·표준인건비기준 수립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방송제작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턴키계약 관행을 꼽는다. 방송사·제작사가 팀 단위 스태프와 용역계약을 맺고, 팀장이 팀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한다. 방송사·제작사는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고, 팀장이 팀원의 사용자가 되는 기형적 구조를 낳고 있다. 노동계는 방송사·제작사가 스태프의 사용자임을 밝히는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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