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평등노조

"전화 받으십시오. 내일 당장 보직이동 하고 싶지 않으시면요~."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외무공무원인 여성서기관 A씨가 함께 일하는 남성 행정직원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사진)다. A씨는 술만 마시면 B씨를 불러 자신의 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도 새벽 2시쯤 술 취한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줬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집에 같이 들어가자고 요구했다. B씨가 이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가자 A씨는 B씨에게 "당장 보직이동 하고 싶지 않으면 전화를 받으라"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자들이 노동평등노조(위원장 문현군)에 제보한 갑질 피해사례다.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행위가 2일 오전 국회에 열리는 외교부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다. 문현군 위원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재외공관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증언한다.

'목숨값'부터 차별받는 재외공관 노동자
특수지 수당 외무공무원 3천달러, 행정직은 1천달러


1일 노조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같은 재외공관에서 일해도 행정직의 주거비나 목숨값은 공무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행정직원들은 월평균 기본급으로 2천달러·주거보조비로 1천달러를 받는다.

지난 7년간 주거보조비 100달러가 올랐을 뿐이다. 함께 근무하는 외무공무원 대비 평균 33% 수준에 그친다. 행정직원 주거보조비는 베트남 하노이나 집값이 10배 비싼 중국 베이징이나 똑같다.

살인적인 주거비로 유명한 뉴욕의 경우 올해 8월 기준으로 유엔대표부와 뉴욕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행정직원 주거보조비는 1천300달러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주택임차료는 최하기준이 4천360달러다. 행정직원의 세 배를 웃돈다.

공무원과 행정직은 목숨값도 다르다. 2015년 대지진으로 8천명 이상 사망한 네팔의 경우 위험하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주택임차료 보조비가 40~50% 상향됐다. 반면 행정직원들은 1천달러로 동결했다. 외교부는 전쟁이나 내전 발생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일하는 재외공관 노동자에게는 이른바 '목숨값'인 특수지 수당을 준다. 공무원은 월 3천달러, 행정직은 월 1천달러를 받는다.

공무원 자녀 학교 면접 '가서 통역해라'
관저요리사를 가사도우미처럼 부리기도

행정직원들은 공무원과의 차별뿐만 아니라 갑질 피해도 호소한다. 이들이 노조에 제보한 사례를 보면 외무공무원의 자녀 학교 면접을 위해 근무시간에 행정직원을 차출해 개인 통역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무공무원이 현지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와 연락하거나 자녀 학교 선생님과 연락하는 등 개인적인 업무를 행정직원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행정직원을 공무원 가족 단톡방으로 불러 아파트 관리비·주택수리비용 지불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시킨 사례도 있다. 공무원이 해야 할 여권·비자 업무를 권한이 없는 행정직원에게 맡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관저요리사는 대사 식구들의 가사도우미로 전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관저요리사에 대한 갑질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돼 2016년 공관장 일상식을 외교부 관저요리사 업무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공관장은 부임기간 동안 세 차례 요리사를 교체할 수 있는데, 채용권한을 빌미로 많은 공관에서 갑질이 이뤄진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외교부가 공관장과 관저요리사 간 개인계약에 침묵하면서 대사 식구들의 식사를 여전히 관저요리사가 떠맡는 실정이다.

문현군 위원장은 "185개국에 흩어져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던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서야 4대 보험 혜택이 주어질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다"며 "국가 경제규모에 맞는 복리후생과 공정임금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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