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KAC공항서비스노조 등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들이 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정부에 후속대책을 요구했다. 신설 자회사들이 파견·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인력공급형이어서 중간착취가 발생하고 처우개선이 어렵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회사 방식을 최소화하고, 이미 자회사로 전환한 경우에는 원청에 사용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 자회사 요구 외면하면 '계속 비정규직'

공공운수노조는 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이 겪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회사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파견·용역 노동자를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형태로 정규직화하라고 권고했다. 고용안정에 무게를 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한데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요구는 묻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잡월드가 대표적이다. KTX 열차는 철도공사 정규직 1명과 공사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 1~2명이 모든 객실의 안전과 승객서비스를 담당한다. 철도공사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가 승무원을 직접고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공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잡월드 직업체험강사들은 직업체험 프로그램 같은 핵심업무를 한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했지만 지난해 11월 자회사로 전환됐다. 다수 국립대병원과 가스공사·발전사·출연연구기관·태권도진흥재단 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사용자측이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면서 정규직 전환 발표 2년이 지났는데도 비정규직 신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용역업체가 가져갔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부가세 등을 절감해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노조 조사 결과 많은 자회사들이 관리비와 이윤을 일정 비율로 책정하고 있었다. 처우개선에 사용할 돈이 새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모회사와 자회사가 맺은 용역계약 13개를 확인한 결과 청소원 기본급 평균은 175만6천원에 그치고 4개 기관은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고 있다"며 "모회사 정규직과 복리후생 등에 있어 심각한 차별이 존재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에서는 차별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잠실올림픽공원과 미사리경정공원을 포함해 88서울올림픽 관련 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규직 200여명, 무기계약직 300여명이 일했다. 지난해 파견·용역 노동자 1천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이곳 정규직의 올해 평균연봉은 5천725만원, 무기계약직은 2천680만원이다. 정규직이 받는 성과상여금·가족수당·장기근속수당 등을 무기계약직은 받지 못한다. 엄광현 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지부 조직쟁의실장은 "용역회사에 주던 관리비 등을 절감해 전환자에게 사용하라고 했지만 혜택은 기존 정규직에만 돌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로 전환한다더니 지난해에는 60명이 감축됐고, 올해는 40명 감축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3개 쪼개기 논란
노동자들 "밀어붙이면 전면파업" 경고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도 전에 자회사 쪼개기가 추진되는 사례도 불거졌다. 공공운수노조 KAC공항서비스지부와 공공연대노조·시설관리노조·KAC공항서비스노조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보안·경비 분야를 맡는 기능별 자회사와 공항시설·운영 분야를 담당하는 지역별(중부와 남부) 자회사 2곳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설립한 KAC공항서비스㈜를 3개로 쪼갠다는 계획이다.

정수용 KAC공항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여러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노동자들은 다시 용역회사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며 "3개 자회사 설립·운영에 필요한 재원 투입으로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해야 할 비용은 줄어들고, 쪼개진 자회사 노동자·노조가 경쟁하면서 노동자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청사 승강장에서 파업 선포대회를 열고 자회사 분할 중단을 한국공항공사에 요구했다. 광주·대구국제·김포국제·울산공항에서 같은날 오후 2~3시간 경고파업을 했다.

노조는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정책 후속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주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자회사 노동조건부터 안전운영까지 모회사가 실질적 사용자로 책임을 지도록 정부가 후속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자회사 전환 실태를 철저히 검증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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