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택용 사진가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1년여 만에 다시 점거했다. 고용노동부가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 절반에 대해서만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면서다. 지난 7월부터 서울노동청 앞에서 노동부에 "제대로 된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고 촉구하며 단식·천막농성을 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반쪽짜리 시정명령을 철회하고, 법원 판결대로 전원 직접고용을 지시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기아차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비정규직 20여명은 1일 정오 서울 장교동 서울노동청 2층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기아차에 화성공장 하청업체 16개사 노동자 860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경기지청은 "7월 검찰이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을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청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단기준에 따라 기아차 불법파견 노동자를 식당·청소·세탁업무를 제외한 전 공정 1천670명을 불법파견으로 봤다. 그런데 검찰은 150개 직접생산공정과 1개의 간접생산공정(출고 전 검사) 860명에 대해서만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했다. 노동부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검찰 기소내용을 따랐다. 노동부는 검찰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에 기소내용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이어졌지만 노동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1년 만에 같은 자리에 또 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지난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요구하며 18일간 서울노동청 농성 끝에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사항에 기초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겠다"는 내용의 노동부 중재안을 이끌어 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당시 두 번의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현대·기아차 관련 재판에서 자동차업종의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11번의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에 기초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던 노동부가 1년 만에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김남규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조직실장은 "11번의 법원 판결이 나오는 동안 아무런 후속조치를 안 했던 노동부가 이제 와서 회사 주장을 일방적으로 따른 반쪽짜리 검찰 기소내용을 그대로 따랐다"며 "대법원 판결이라는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조차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면담에 응하고, 1천670명 모두에게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릴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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