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인권단체는 현장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쓰러진 채 최초 발견된 장소를 옹벽 아래 계곡이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단속반원은 위 사진에 보이는 옹벽 뒤편에 잠복해 있었다. <이주공동행동>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달 미등록 체류자 단속 중 발생한 사망사고를 은폐하려고 사망자 발견 시점과 장소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부산외국인청 단속 중에 근처 야산으로 도망친 태국인 노동자 A(28)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다음날 법무부는 10여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다는 민원제보에 따라 단속반 16명이 당일 오후 2시30분께 사업장에 도착했고, 단속이 완료된 뒤 공장 인근 지대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장 밖 100미터 부근 야산(경사가 낮은 언덕)에서 사망 외국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냈다. "사망 외국인은 업체 사전고지 전에 도주해 단속반원에 의한 일체의 추격이나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해 중부소방서의 구급활동일지에 따르면 A씨가 119구급대에 실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같은날 오후 3시32분이다.

사망장소, 공장에서 거리 40미터 vs 190미터

이주인권단체는 법무부가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가 도주 후 최초 발견된 장소는 공장을 둘러싼 옹벽 밑 계곡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사업장은 낮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옹벽 근처에 서면 급경사면 아래 계곡까지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가 난 지점(계곡)에서 법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격한 현장 직원이 많았다"며 "A씨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곡은 사업장과 40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고 한눈에 내려다보여 법무부가 수색을 통해 발견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씨 부검의 소견에 따르면 'A씨 갈비뼈가 골절돼 장기손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 현장에서 야산으로) 혼자서 이동하기 힘든 상태로 사망장소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발생 현장을 직접 찾은 이 관계자는 "계곡과 야산 사이 직선 거리는 10미터가 채 안 되지만 경사가 있어 부상을 입은 채 이동하기 쉽지 않다"고 증언했다. 법무부가 A씨를 사고가 발생한 현장(계곡)에서 발견한 뒤 사업장에서 100미터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장에 가 보면 공장에서 우리(법무부) 직원이 (A씨를) 발견한 장소까지 거리가 꽤 된다"며 "경찰 추산으로는 190미터 정도가 된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발견시점, 단속 중 vs 단속 완료 뒤

부산과학수사연구소는 같은달 26일 A씨 사망원인을 강한 외부력에 의한 장기파열(간 파열)로 인한 사망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직접적 사인은 장기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다. 이주인권노동단체는 법무부가 A씨를 수색하다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단속 도중에 사고 사실을 인지했고, 법무부 관계자가 A씨를 구호 가능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속과정 중 무리한 진압은 없었다는 법무부의 주장도 반박했다. 이주노동인권단체는 "옹벽 뒤에 외국인청 직원 두세 명이 잠복해 있었고 이주노동자가 급박하게 도주하는 상황에서도 단속이 계속됐다"며 "단속반원이 미등록 체류자를 잡기 위해 쫓아다녔고 노동자들이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도랑에서 A씨가 넘어진 것과 관해서는 수사과정 중 이야기를 들은 것은 있다"면서도 "(A씨가) 가는 것(도주하는 것)을 보고 다시 2차로 남아 있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한 과정에 집중해 이후 상황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주공동행동은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는 과잉단속을 중단하고 사망사고에 대해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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