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인건비 부담 등의 이유로 경비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초 "위탁관리로 바꾸겠다"며 직접고용 경비원 94명을 해고했다.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을 지키기 어렵고, 최저임금 인상·퇴직금 같은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고에 동의한 경비원들은 위탁관리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했지만 경비반장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했고, 경비원들과 임금을 둘러싼 민·형사 소송이 벌어지는 등 노사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아파트 경비업무를 자치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 기업과 다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런 사정이 근로기준법상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입주자 의사를 모아 관리방식을 위탁관리로 바꾸는 것이 절차적·실질적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근로자의 뜻을 거슬러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아파트 관리의 특성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입주자대표회의가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재정상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재정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경비업무 외 시설·전기 등 기타 관리업무를 맡은 노동자 40여명은 여전히 직접고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3천여세대 중 절반 가까운 1천200여세대가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했다는 점도 부당해고 판단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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